타들어 가는 목을 적시려고 몇 모금의 물만 벌컥 벌컥 들이켰을 뿐인데…… 나는 꼭지에서 입을 때지 못하고 한참을 그리 울었다.
목을 적시는 그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이놈도 먹고 저놈도 먹고 먹고 뱉고 씻고 하는 고작해야 흔하디 흔한 물이 행복의 절정에 도달 하게하고 나를 울도록 한 것이다.
사람 사는 게 이렇게 별거 아니고 바라고 갖고자 하는 게 또한 별거 아니다.
작은 것을 가지면 이건 아닌 듯이 절레절레 고개 저으며 더 큰 것을 요구 하는 게 대개의 인심인데 작은 것이 행복의 기초를 닦는 단단한 돌이 된다.
조금은 어린 시절의 얘기다만 어둠이 까만 분칠을 한 채 별빛 무등 을 타고 소리 없이 다시 돌아 와 주ㅡ던 날 겨울 센 바람 에 지붕이 내려 앉아 발을 동동 구르는 어머니 치맛자락에 고개 숙여 숨어들다가 그 따스한 채취에 오삼 아삼 살아가는 나무판자 집이 아작 난지를 모르고 까르르 웃다가 천년 잠에 빠져 버렸다.
다시 또 청년시절 훤히 하늘이 보이는 다락방에 이부자리를 깔아 놓고 별을 어루만지며 누웠다.
물 한 모금에 감사하며 울던 때를 떠올리다가 나는 다시 운다.
별것 아닌 지난 추억이 너무나 행복하게 다가와 어루만져 주기 때문이다.
이찬석(한울문학 등단 시인)
기사입력: 2012/02/28 [18:08]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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