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해바라기 전쟁-⑧
맹주상 시인의 어린이를 위한 동화 선물
 
작가/시인 여울 맹주상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naver band
광고
 
 <동화 속 곤충과 동물들>

 *뚱보: 세 갈래 중에 가장 뚱뚱한 소나무.

 *키다리: 세 갈래 중에 가장 키가 큰 소나무.

 *이쁜이: 세 갈래 중에 가장 허리가 예쁜 소나무.

 *미도: 머루골 두더지 왕초, 의협심이 강하고 의견 수렴을 잘하며 일에 대한 탁월한 추진력을 지니고 있음.

 *구드: 조내골 두더지 왕초, 땅굴 수로와 서커스 공연 의견을 냄.

 *뤼드: 어둔골 두더지 왕초.

 *소토: 얼음골 두더지 왕초, 폭우로 어린 딸을 잃었으며 아주 풍부한 생각을 지니고 있음.

 *도니: 불개미 왕초 ↘

 *라보: 굼벵이 왕초 → 으름, 다래, 머루나무들의 음모에 동참하고 세 갈래 소나무를 습격함.

 *자멜: 하늘소 대장 ↗

 *로만: 약은 다람쥐 왕초로 공연장을 만들어 주고 두더지들이 도토리 저장창고를 짓게 함

 *루이: 얼음골 재간이 뛰어난 산토끼, 서커스 공연의 사회를 맡음.

 *지돈: 조내골 개미 가수 ↘

 *호빈: 얼음골 굼벵이 가수 → 이들은 쓰리테너로 세 갈래 소나무를 습격하여 새집을 짓는 것을 반대함.

 *레미: 머루골 하늘소 가수 ↗

 *지즈: 아름다운 금색 털을 가진 고양이 가수로 아주 거만한 동물임.

 *푸카: 아프리카에서 초대 받고 온 원숭이로 서커스 공연에서 동물구조시범을 실제상황에서 보임.

 *토벤: 예리한 감성과 눈빛을 지닌 노루로서 서커스 공연 악단의 지휘자임.

 

●뜨거운 공연장

공연시간이 가까운 오후가 되자 불개미들과 굼벵이 그리고 하늘소들은 서둘러 공연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어요.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걸어가는데 마치 큰 순례를 가듯 그 끝이 보이지가 않았어요.

“오늘 저녁 공연 때문에 그동안 밤마다 한잠도 못 잤어.”

“얼마나 멋진 밤일까 생각하니 가슴이 뛰어.”

“그동안 우리는 소나무의 단단한 살을 뜯어내고 집을 짓는데 너무 지쳤어. 오늘 같은 좋은 날이 없었으면 죽었을 것 같아.”

개미들은 너무 신나서 공연장으로 가는 도중에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드디어 모든 동물들과 곤충들이 공연장으로 들어 왔어요.

그들 모두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공연장 구석구석을 쳐다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고는 큰 환호성을 치고 있었어요.

그리고 초대장에 적힌 좌석 번호대로 자리를 찾아 가 앉았어요.

하지만 두더지들은 휘황찬란한 조명 때문에 공연장으로 나올 수가 없었어요.

거기다가 개미와 굼벵이 그리고 하늘소들이 그들을 보면 무서워 도망칠까 봐 계곡에 땅굴을 뚫어놓고 그 구멍을 통해 소리를 듣고 있었어요.

정각 7시가 되자 공연이 시작되었어요. 사회자인 산토끼 루이가 무대 위로 올라왔어요.

“별빛이 반딧불처럼 쏟아지는 이 여름밤 숲 속의 요정들인 신사 숙녀 여러분을 모시고

‘한여름 밤의 서커스’ 공연의 사회를 맡은 얼음골 루이가 여러분께 인사를 드립니다.”

“우와, 너무 멋지다 루이.”

“오늘밤 신사 숙녀 여러분들께서는 평생 잊지 못할 일들을 이 자리에서 보실 것이며 그 감동은 영원히 여러분들 기억 속에 남을 것입니다.”

“루이는 어쩌면 저렇게 말을 잘할까. 이렇게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도 말이야.”

“먼저 여러분께 인사드릴 동물은 머루골에서 온 지휘자 노루 토벤과 그 오케스트라입니다.”

그러자 노루 토벤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시벨리우스곡 필란디아의 희망찬 부분을 짧게 연주하고는 토벤은 배꼽이 닿도록 고개를 숙여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였어요.

“우와, 저 노루 토벤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정말 대단한데.”

“그러게 말이야 저런 멋진 악단은 처음 봐.”

곤충들과 동물들은 벌써 넋이 나간 듯 박수도 제대로 치지를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꿈에서 깨어난 듯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는 것이었어요.

“자, 그럼 첫 번째 무대에 올라오실 가수는 조내골 불개미 지돈과 얼음골 굼벵이 호빈 그리고 머루골 하늘소 레미로 구성된 환상적인 쓰리 테너가 ‘별은 빛나는데’ 를 여러분께 들려 드리겠습니다.”

별빛이 송홧가루처럼 쏟아지는 듯한 그 아름다운 소리는 그 공연장은 물론이고 온 숲 속을 파고들어 세 갈래 소나무도 그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어요.

소나무는 그 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어요.

“저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줄 아는 개미와 굼벵이 그리고 하늘소가 이 숲 속에 있었다니.”

소나무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만 개미와 굼벵이 그리고 하늘소 모두가 일시적으로나마 공연장으로 가 있기에 정신을 좀 차릴 수가 있었어요.

목을 꽉 조이고 있던 으름 다래 머루나무들도 마음이 들떠 몸뚱이를 좀 느슨하게 하고는 공연장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참나무 고로쇠나무 오리나무들도 정신없이 공연장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쓰리테너의 노래가 끝나자

“앙콜, 앙콜.”

그렇게 앙코르 소리가 끊어지지 않자 그들은 마지막으로 ‘오솔레미오’를 불렀어요.

그 노래가 끝나자 모든 동물들과 곤충들은 너무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숲 속이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를 그들에게 보냈어요.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음에 소개할 가수는 미남 고양이 지즈입니다. 여러분께 들려 드릴 노래는 ‘봄빛을 안던 날’ 입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양이 지즈는 번쩍거리는 금빛 털에 수염에는 오색 칠을 하고 아주 거만하게 한 발짝 한 발짝을 천천히 옮기며 걸어나왔어요. 그러자 방아깨비와 여치로 구성된 백댄서들이 고양이 뒤에 기계처럼 서 있는 것이었어요. 지즈가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자 그 춤꾼들도 그 랩 음악에 맞는 아주 괴상한 로봇춤을 추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정확하게 팔 다리가 딱딱 서로 잘 맞는 동작은 세상 어디에도 있을것 같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나는 소리는 무슨 정밀한 로봇이 움직이는 기계소리 같았어요.

‘봄빛을 안던 날

우린 뒷발로 겨울을

차 버렸지

긴 겨울밤의 아린 추억

봄빛에 태우고 말았지

아 달콤한 잠이 쏟아지던 어느 날 오후

봄빛을 안던 그날’

“방아깨비와 여치가 저렇게 멋진 춤을 출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그래 맞아. 저건 진짜 예술이야. 21세기 첨단 로봇 예술 춤 말이야.”

굼벵이들도 정신을 잃은 채 입을 쩍 벌리고 방아깨비와 여치들의 빈틈없는 춤 동작을 눈으로만 따라하고 있었어요. 비록 몸은 굼벵이었지만요.

뱀들도 코브라처럼 고개를 반짝 세우고 이리저리 목을 흔들며 재미나게 쳐다보고 있었어요.

고양이 지즈의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환호성을 치면서 지즈와 춤꾼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어요.

그런데 앙콜 소리는 아주 적게 나왔어요.

왜냐하면 다음 순서가 그들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다람쥐들의 서커스 공연이었으니까요.

다람쥐들은 대기실에서 분장과 기구들을 점검하며 긴장을 풀고 있었어요.

사회자인 산토끼 루이가 다시 말을 시작했어요.

“신사 숙녀 여러분 방금 방아깨비와 여치들이 환상적인 로봇춤을 여러분께 보여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춤은 그들만의 특이한 신체구조로 인해 출 수 있는 아주 어려운 춤입니다. 여러분들은 그 춤을 흉내내거나 따라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자칫하면 목이 부러지고 다리와 팔에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사회자인 루이가 아주 심각하게 말하자 오히려 온 관객석은 웃음바다가 되었어요.

“자, 다음 순서는 이 공연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다람쥐들의 서커스 공연이 있겠습니다.”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십 명의 다람쥐들이 왕초 로만을 따라 무대로 쏟아져 나왔어요. 그들 복장은 마치 옛 전사들처럼 태극 문양이 가슴과 등판에 박혀 있고 아주 경쾌한 모습들이었어요.

이들이 무대에 나오자마자 두더지 왕초 미도는 각자 자기의 위치로 돌아가라고 지시했어요

그리고 머루골 상류 큰 냇가에는 그 지하 땅굴 수로 옆에 비상 통로를 만들어 놓고 그 물을 막은 가죽 포대 고리에 연결된 그 긴 밧줄을 두더지 수십 명이 붙잡고 잡아당길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 비상통로 안쪽에는 조그만 방울이 달려 있었어요.

그 방울 끈은 두더지 왕초 미도가 있는 공연장 계곡까지 연결이 되어 있었어요.

미도가 그 끈을 잡아당겨 방울이 울리면 그들이 그 가죽 포대를 잡아당겨 센 물살을 그 땅굴 수로를 통해공연장으로 보내라는 신호였어요.

다람쥐들은 관객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나서 스릴을 더하는 음악에 맞추어 탑을 쌓기 시작했어요.

1단 2단 3단 4단 5단 6단 7단 8단 드디어 9단 꼭대기에 오르는 다람쥐는 떨리는 몸과 마음을 가라앉히며 막 꼭대기로 올라가는 순간 발을 헛딛고 말았어요.

그때 고리에 달린 방울소리가 딸랑 하고 울리면서 그가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다행스럽게도 8단에 있던 동료 다람쥐꼬리를 잡고 매달리는 것이었어요.

관중들도 매우 놀라 가슴을 쥐고 있었어요.

그리고 9단 꼭대기에 올라 물구나무를 서는데 성공했어요.

관중들은 큰 환호성을 치며 큰 박수를 보냈어요.

두 번째 재주는 다람쥐 한 마리가 물구나무를 서면 그 다음 다람쥐는 몸을 둥글게 휜 채로 그 꼬리를 붙들고 똑같이 물구나무를 하고 그 다음 다람쥐들도 똑같은 동작을 하여 아주 큰 원을 일 층에 세 개를 만들고 이 층에 두개 삼 층에는 한 개를 만드는 아주 어려운 재주였어요.

그렇게 다람쥐들은 일사불란하게 삼단으로 된 총 여섯 개의 큰 원을 멋지게 만들었어요.

“우와, 저렇게 멋진 재주를 부릴 수 있다니.”

“다람쥐들 말고는 누구도 할 수가 없을 거야.”

“저 가운데 있는 날씬하고 잘생긴 오빠 너무 멋있다. 정말 만나고 싶어.”

“우리 같은 굼벵이 주제에 어떻게 저런 멋진 배우를 만날 수 있겠어.”

두 번째 서커스 공연이 끝나자 공연장은 한동안 숨소리조차 들리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런 큰 환호성과 큰 박수가 온 숲을 울리고 있었어요.

<계속>

기사입력: 2011/12/23 [20:39]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및 그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과하여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이들을 비방하는 경우 「공직선거법」에 위반됩니다. 대한민국의 깨끗한 선거문화 실현에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화보/제63회 성웅 이순신축제] 이순신 장군 출정식과 군악·의장 퍼레이드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