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해바라기 전쟁-①
맹주상 시인의 어린이를 위한 동화 선물
 
작가/시인 여울 맹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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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속 곤충과 동물들>

 *뚱보: 세 갈래 중에 가장 뚱뚱한 소나무.

 *키다리: 세 갈래 중에 가장 키가 큰 소나무.

 *이쁜이: 세 갈래 중에 가장 허리가 예쁜 소나무.

 *미도: 머루골 두더지 왕초, 의협심이 강하고 의견 수렴을 잘하며 일에 대한 탁월한 추진력을 지니고 있음.

 *구드: 조내골 두더지 왕초, 땅굴 수로와 서커스 공연 의견을 냄.

 *뤼드: 어둔골 두더지 왕초.

 *소토: 얼음골 두더지 왕초, 폭우로 어린 딸을 잃었으며 아주 풍부한 생각을 지니고 있음.

 *도니: 불개미 왕초 ↘

 *라보: 굼벵이 왕초 → 으름, 다래, 머루나무들의 음모에 동참하고 세 갈래 소나무를 습격함.

 *자멜: 하늘소 대장 ↗

 *로만: 약은 다람쥐 왕초로 공연장을 만들어 주고 두더지들이 도토리 저장창고를 짓게 함

 *루이: 얼음골 재간이 뛰어난 산토끼, 서커스 공연의 사회를 맡음.

 *지돈: 조내골 개미 가수 ↘

 *호빈: 얼음골 굼벵이 가수 → 이들은 쓰리테너로 세 갈래 소나무를 습격하여 새집을 짓는 것을 반대함.

 *레미: 머루골 하늘소 가수 ↗

 *지즈: 아름다운 금색 털을 가진 고양이 가수로 아주 거만한 동물임.

 *푸카: 아프리카에서 초대 받고 온 원숭이로 서커스 공연에서 동물구조시범을 실제상황에서 보임.

 *토벤: 예리한 감성과 눈빛을 지닌 노루로서 서커스 공연 악단의 지휘자임.

 

●해바라기

시냇물 참새처럼 재잘대며 흐르는 강당골 그 숲 속에는 많은 동물과 식물들이 맑고 아름다운 물소리를 들으며 평화롭게 새봄을 맞이하고 있었어요.

나이가 가장 많은 세 갈래 큰 소나무도 푸른 손을 부채처럼 활짝 펼치고 해님이 주는 맛난 봄볕을 그 뾰족한 손으로 콕콕 찍어먹고 있었어요.

“참 맛있다. 해님은 늘 계절에 꼭 맞는 맛있는 음식만 주시거든.”

오른쪽 통통한 소나무가 말했어요.

“해님 나라에는 훌륭한 요리사가 많이 있나 봐. 우리 소나무들 입맛은 아주 까다롭기로 소문났잖아. 그런데도 음식이 싫증이 나서 남긴 적이 없었지.”하고 왼쪽 키가 큰 소나무가 말했어요.

“그뿐이 아니야. 해님은 시간 시간마다 색다른 맛난 음식만 주시잖아.”

“그리고 음식이 상했거나 식은 것을 한 번도 준 적이 없었지.”

“그래서 내 허리가 이렇게 매력적인 거 몰라!”

앞쪽에 있는 허리가 참 예쁜 소나무가 끼어들었어요.

“그런데 저 참나무는 하늘 끝까지 올라가 좋은 음식을 저 혼자만 먹으려나 봐. 벌써 내 키를 훌쩍 넘어 우리 키다리만큼 올라왔네.”

“나는 뚱보라 몸이 무거워 저놈을 따라 올라갈 수가 없어.”

참나무는 겨울이면 옷을 벗고 겨울잠을 자지만 봄 여름 가을 동안 소나무를 시샘하며 기를 쓰고 높이높이 올라갔어요. 어느 새 참나무도 키다리 소나무만큼 자랐어요.

그러다 보니 뚱보랑 이쁜이 소나무는 해님이 주는 맛난 음식을 덜 먹게 되었어요.

키다리도 날이 갈수록 걱정거리가 많아졌어요. 왜냐하면 소나무 옆에는 참나무만 쑥쑥 올라오는 게 아니었어요. 느티나무, 오리나무, 고로쇠나무, 갈참나무와 같은 튼튼한 몸을 가진 것들이 하늘로 치솟듯이 올라오고 있었으니까요.

해가 갈수록 소나무가 해님에게서 받아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이 자꾸 줄어만 가고 있었어요. 키다리는 “나는 더 이상 하늘로 올라갈 수가 없어. 내 허리는 너무 약해 사나운 겨울 폭풍이 휘몰아치면 부러질 것 같아.”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너무 무서워.”

“그 옛날 시냇가 맑은 물소리 가까이 들리고 아기 산토끼가 내 키를 넘던 그 시절이 그리워.”

키다리는 그렇게 노래를 부르며 울먹였어요.

“점점 기후도 이상스럽지. 너무 따뜻해 저것들은 초겨울이 지났는데도 옷을 벗고 겨울잠을 잘 생각을 하질 않아.” 하고 뚱보 소나무가 말했어요.

“그래 맞아. 북극의 얼음도 녹아내린데.”

“크리스마스가 좀 가까이 와야 해님이 주는 찬 음식을 겨우 조금 맛볼 수 있으니 이러다간 우린 모두 굶어 죽을 것 같아.”

뚱보 소나무는 너무 배가 고파 펄펄 내리는 눈도 음식으로만 보였어요.

“허리가 아름다우면 뭐해. 이젠 해님에게 내 예쁜 몸매를 보여줄 수가 없으니. 그리고 너무 배가 고파 저 까치집도 무겁게만 느껴져

이젠 새들이 날아와 내 몸에 앉는 것도 귀찮고 싫어.”

눈보라가 무섭게 치는 크리스마스 가까운 어느 날 밤이었어요.

세 갈래 소나무는 지친 채 하얀 눈을 덮고 깊은 잠에 빠졌어요.

사나운 폭풍만 들개처럼 온 숲을 흔들고 동굴 속 동물들도 몸을 웅크리고 깊은 겨울잠에 들었어요. 이때 세 갈래 소나무가 있는 땅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이었어요. 두더지 왕초 미도는 그것을 잡아먹으려고 하얀 날카로운 이빨을 내놓고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은 머루나무, 다래나무, 으름나무들이었어요.

“사이도 썩 좋지 않은 뱀 같은 것들이 이 밤중에 잠 안 자고 뭐 하는 거지! 참 이상한 일도 다 있네.”

두더지 미도는 숨어서 엿듣기로 했어요.

머루나무가 먼저 말을 했어요.

“오늘 만나자고 한 것은 너희들도 잘 알고 있듯이 우리보다 키가 훨씬 크고 튼튼한 나무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 해님이 주는 음식을 다 먹어 치우고 우리는 저것들이 먹다 남긴 부스러기만 겨우 받아먹으며 거지처럼 살아가고 있잖아.”

“맞아. 그 음식 가지고는 가을에 달콤한 열매를 만들 수도 없어. 이젠 사람들도 우릴 보려고 이 숲에는 들어오질 않아 오히려 저 어둔골 머루와 다래가 더 맛있다고 그랬어.”

다래나무가 투덜거리며 말했어요.

한참 침묵만 지키던 으름나무는

“저 세 갈래 소나무는 하늘 높이 올라가 해님이 주는 맛난 음식을 수백년이나 먹었지. 그리고 극심한 가뭄이 들던 해에도 달콤한 물을 만들어 우리를 죽음에서 구해 주고 가을엔 열매마다 최고의 단맛을 스미게 했지.”

“어디 그뿐인가. 저 고로쇠나무는 우리에게 단물은커녕 봄만되면 사람들에게 다 뽑아가게 해 놓고는 가물 땐 목마르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지 않았나 그래도 소나무는 말없이 늘 단물을 내 주었지.”

“그러고 보니 참나무도 느티나무도 소나무가 키운 거나 마찬가진데 이젠 그들 때문에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어.”하고 으름나무가 말을 끝내는가 싶더니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으니 우리도 어쩔 수가 없지. 그리고 소나무에게서는 더 이상 단물이 나오질 않잖아.”

“참나무가 지난해부터 해님이 주는 맛난 음식을 거의 다 먹어치우고 있으니 말이야.”

머루나무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끝내자 으름나무가 속마음을 털어 놓았어요.

“가물 때 쓴물이라도 얻어 먹으려면 저 참나무에게 잘 보여야 될 것 같아.”

두더지는 땅 속에서만 살아 왔기에 바깥세상 일은 잘 모르고 있었어요.

하지만 소나무가 늘 단물을 그 뿌리를 통해 내려주면 두더지도 그 물을 마시며 고마움을 잊지 않고 그동안 소나무 뿌리에 달려드는 개미나 굼벵이 그리고 하늘소들을 얼씬도 못하게 하였던 것이었어요. 두더지 미도는 그들 이야기를 몰래 듣고서는

“참 의리없고 배은망덕한 놈들! 누구든 소나무를 해치는 놈은 가만두지 않겠다.”하고 생각하면서 귀를 쫑긋 세웠어요.

“자 달콤한 포도주 한 병씩 들고 참나무를 만나러 가자고.”

“이 밤중에 말인가?”

“낮에는 많은 넝쿨들이 그를 만나 발가락이라도 빨아먹으려고 줄을 서 있다지 뭐야.”

다래나무가 어둠침침한 등불 밑에서 턱을 고이고 말했어요.

머루나무도 다래나무 의견이 맞다는 듯이

“그럼 그렇게 하자고. 지금은 모두가 잠든 밤이니 이럴 때 그를 찾아가 아주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 놓는 게 좋을 것 같아.” 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계속>
기사입력: 2011/11/30 [20:55]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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