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해바라기 전쟁-③
맹주상 시인의 어린이를 위한 동화 선물
 
작가/시인 여울 맹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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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속 곤충과 동물들>

 *뚱보: 세 갈래 중에 가장 뚱뚱한 소나무.

 *키다리: 세 갈래 중에 가장 키가 큰 소나무.

 *이쁜이: 세 갈래 중에 가장 허리가 예쁜 소나무.

 *미도: 머루골 두더지 왕초, 의협심이 강하고 의견 수렴을 잘하며 일에 대한 탁월한 추진력을 지니고 있음.

 *구드: 조내골 두더지 왕초, 땅굴 수로와 서커스 공연 의견을 냄.

 *뤼드: 어둔골 두더지 왕초.

 *소토: 얼음골 두더지 왕초, 폭우로 어린 딸을 잃었으며 아주 풍부한 생각을 지니고 있음.

 *도니: 불개미 왕초 ↘

 *라보: 굼벵이 왕초 → 으름, 다래, 머루나무들의 음모에 동참하고 세 갈래 소나무를 습격함.

 *자멜: 하늘소 대장 ↗

 *로만: 약은 다람쥐 왕초로 공연장을 만들어 주고 두더지들이 도토리 저장창고를 짓게 함

 *루이: 얼음골 재간이 뛰어난 산토끼, 서커스 공연의 사회를 맡음.

 *지돈: 조내골 개미 가수 ↘

 *호빈: 얼음골 굼벵이 가수 → 이들은 쓰리테너로 세 갈래 소나무를 습격하여 새집을 짓는 것을 반대함.

 *레미: 머루골 하늘소 가수 ↗

 *지즈: 아름다운 금색 털을 가진 고양이 가수로 아주 거만한 동물임.

 *푸카: 아프리카에서 초대 받고 온 원숭이로 서커스 공연에서 동물구조시범을 실제상황에서 보임.

 *토벤: 예리한 감성과 눈빛을 지닌 노루로서 서커스 공연 악단의 지휘자임.

 

●지하 비밀회의

두더지 미도는 그들의 잔악한 음모를 듣고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어요.

두더지는 태초부터 땅 속에서만 살아야 되고 바깥 세상에는 절대 나가지 않는다는 맹세로서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을 부여 받았던 것이었어요.

그 약속을 어길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두더지는 해님을 보면 눈이 멀고 땅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죽게 되었어요.

두더지 왕초 미도는 땅 속 깊이 처박혀 불쌍한 세 갈래 소나무만 생각하며 그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을까 하고 곰곰이 머리를 짜내고 있었어요.

꽃뱀처럼 생긴 으름나무가 소나무를 사정없이 타고 올라가 그 목을 조이고 다래나무와 머루나무가 빠알갛고 노란 방울을 흔들며 그 마녀 같은 손으로 소나무 손을 꺾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끔찍했어요. 그래서 두더지 미도는 친구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도움을 청해야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도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어요.

“어머니 살처럼 보드랍던 대지가 어느 새 꽁꽁 얼어붙어 녹을 줄 모르는 이 야속한 겨울에 얼음골, 어둔골, 조내골에 살고 있는 친구들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새해에도 건강하길 비네. 다름이 아니라 이곳 머루골에 수만 마리 불개미와 살이 통통한 굼벵이 그리고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겨울의 별미 하늘소가 내년 봄부터 큰집을 짓고서 함께 살아갈거라는 정확한 정보를 내가 들었네. 자세한 내용은 만나서 나누기로 하고 12월 30일 저녁 8시까지 여기 머루골로 모여주기 바라네.”

두더지 우체부는 늦은 밤 편지를 들고 땅굴 은밀한 길을 따라 어둔골, 얼음골, 조내골로 향해 떠났어요.

소나무가 덮고 잔 눈은 이른 아침부터 해님이 보내준 열로 한 방울씩 녹아 내리고 있었어요. 소나무가 잠에서 깨어나자 참나무는 지난밤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소나무야 너는 참 좋겠다. 겨울밤에도 푸른 손이 있어 눈을 포근히 덮고 지낼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렇게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어 너무 춥단다. 그리고 손이 없으니 겨우내 해님이 주는 음식도 못 먹고 정말 네가 부럽구나.”

“부럽다고? 지난밤엔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내 한쪽 팔이 또 부러지는 줄만 알았어. 옛날에 그렇게 알맞게 내리던 눈이 요즘엔 내렸다 하면 폭설이거든.”

키다리 소나무가 참나무를 올려다보며 말했어요.

뚱보 가지는 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손이 있으면 뭐 하니. 너희 팔들이 우리 손을 꼼짝도 못하게 하고 있잖아.”

“도대체 이 겨울에 우리들의 이 앙상한 손으로 무엇을 하고 있다는 거야?”

“겨울에도 맛난 음식은커녕 폭설이 내리면 너희들 못생긴 팔이 우리 손을 꼭 붙들고 있어 밤새도록 눈을 무겁게 지고 있다가 견디다 못해 팔만 뚝뚝 부러지고 있다고.”

“이봐요. 각선미도 모르는 참나무 아저씨.”

“이젠 아주 쌀쌀맞게 말하시는군.” 하고 참나무가 말했어요

“그렇게 하늘 높이 올라가 이 숲을 다 망가뜨릴 작정인가?”

“누가 무엇을 망가뜨린다고 예쁜 아가씨?”

“요즘엔 못생긴 너희들 때문에 길 잃은 사람들이나 어쩌다 이 머루골에 들어올까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고.”

참나무는 소나무의 이야기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지난밤 그들과 은밀하게 꾸민 음모를 떠올리며 소나무가 곧 죽을 것을 생각하니 통쾌하고 가슴이 뛰었어요.

그리고 소나무가 죽으면 몸매도 좀 멋지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으름나무 머루나무 그리고 다래나무가 땅 속에서 하루빨리 올라오기만을 기다렸어요.

해님은 겨울이 되서야 세 갈래 소나무를 볼 수가 있었어요.

소나무는 예전의 건강한 모습이 아니었어요.

몸은 거칠고 손은 뼈마디가 보이고 푸른빛이 아닌 빛바랜 황색 같았어요.

그 손으로 해님이 주는 음식을 간신히 받아먹고 있었어요.

그 야윈 모습을 본 해님은 참 속상했어요. 그래서 해님은 아침 일찍부터 소나무 위에 무겁게 쌓인 눈을 따스한 빛으로 녹이고는 맛난 음식을 주었어요.

매서운 겨울이지만 소나무는 해님의 정성스런 보살핌으로 건강을 많이 회복해가고 있었어요. 그러나 참나무는 겨울에도 해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소나무가 더욱 미웠어요.

한편 머루골 두더지 미도가 보낸 편지를 받은 어둔골, 얼음골, 조내골 두더지 왕초들은 먹음직스러운 불개미랑 굼벵이 그리고 하늘소 이야기를 듣고서 망년회 겸 머루골에서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12월 30일 저녁이 되자 두더지 왕초들은 비밀 땅 속 길을 이용하여 머루골로 모였어요.

“한해를 보내는 이 뜻깊은 날에 각 마을 두더지 왕초 동지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어 너무 기쁘군. 그런데 지난 여름 폭우로 끊어진 땅굴 복구는 잘했는지 궁금하군.”

상류에 살고 있는 머루골 두더지 미도가 인사말을 끝내자 조내골 두더지 왕초 구드가 말했어요.

“추석 전날 큰 비가 내렸지. 연휴동안 조상 묘에 다녀오지도 못한 채 간신히 길을 뚫어놓고 포크레인을 불러 총 6일간 나머지 마무리 복구 작업을 했는데.”

“6일씩이나? 그런데 면에서는 수해 복구비를 준다고 하던가?”

“송악면 두더지 재해대책반 담당자가 하는 말이 면사무소 허락 없이 직접 포크레인을 불러 썼다고 3일치만 주겠다고 하더군.”

“그래도 3일치면 어딘가 안 준다고 하는 것보다는 낫지.”

“골재 값은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하더군.”

“그럼 그 골재 값은 못 준다고 하던가?”

“어림도 없대. 어쨌든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굼벵이를 일 년 동안 잡아 팔아도 그 빚을 다 갚을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런데 그 통통한 굼벵이가 어디로 모인다고 했지?”

“아 그 이야기는 조금 뒤에 나누기로 하세.”

“어둔골에도 지난 여름 큰 비가 내렸지. 그렇게 강한 빗줄기가 땅에 쏟아 붓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어둔골에도 말인가?”

“큰 바위가 쿵쿵거리며 계곡을 휩쓸고 가는데 멧돼지 수백 마리가 마을 감자밭을 습격할 때 들리던 그 요란한 소리 같더군.”

“큰 바위까지 떠내려 왔다고!”

“그렇다네. 추석날 저녁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둥근 달은 발갛게 떠올랐지만 우리 마을은 구석구석이 참 어두웠지. 그래도 우리 가족은 그 뿌리 깊은 소나무덕에 살았다네. 그 단단한 소나무 뿌리를 붙들고 그 악몽을 견뎠지.” 하고 어둔골 두더지 왕초 뤼드가 말을 끝내자 얼음골 두더지 왕초 소토는 그 폭우로 인해 잃은 어린 딸이 생각나 두 눈엔 금세 눈물을 글썽거렸어요.

“여보게, 친구들 지난 여름 폭우 이야기는 제발 여기서 그만둘 수 없나? 그 몹쓸 비에 잃은 어린 딸아이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네.”

“아 참 미안하네. 자네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니.”

“내가 그 녀석을 위해 불개미를 잡으러 나간 사이에 변을 당했다네.”

얼음골 두더지 왕초 소토의 슬픈 이야기를 듣고 머루골 미도는 괜히 지난 여름 폭우 이야기를 했구나 하고 후회하며 얼음골 두더지 소토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얼른 말을 돌리며

“어둔골 친구가 소나무덕에 큰 물난리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다고 방금전에 말을 했는데 그런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다면 우리는 그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어둔골 두더지 왕초 뤼드는 너무 궁금하다는 듯이

“머루골에 몸이 위독한 소나무라도 있단 말인가?”

“저 세 갈래 소나무 말이야.”

“세 갈래 소나무가?”

“해님이 가까이 다가오는 봄이 오면 겨울밤 땅 속에서 꿈틀거리던 음모가 저 세 갈래 소나무를 타고 올라갈 걸세.”

“음모라고? 그런데 누가 저 소나무를 타고 올라간단 말인가? 그게 뱀인가 아니면 개미인가.”

얼음골 두더지 소토는 침을 꿀떡 삼키며 머루골 두더지 미도에게 바싹 다가갔어요.

“뱀도 개미도 아닌 머루 다래 으름나무라네.”

“머루 다래 으름나무가!”

“여름이 오기 전에 소나무를 죽일 걸세. 참나무 꼬임에 넘어갔지 뭐야.”

“그놈들이 무슨 이유로 저 세 갈래 소나무를 죽인단 말인가?”

“참나무가 그놈들에게 말하더군. 단물을 얻어먹으려면 소나무를 죽이라고 말이야.”

“뭐라고! 그놈들은 가물 때도 소나무가 주는 단물을 빨아먹고 가을엔 달콤한 열매를 만들어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놈들이 아닌가 말이야.”

조내골 두더지 구드가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루골 왕초 미도를 쳐다보았어요.

머루골 미도는 그가 몰래 엿들었던 그 음모를 그들에게 낱낱이 들려 주었어요.

머루골 두더지 미도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두더지들은 세 갈래 소나무를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해야겠다고 결심하면서도 앞이 캄캄했어요.

그것은 바깥 세상에 나가 그들과 싸울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땅 속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잘 떠오르지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밤 늦도록 두더지 왕초들은 말없이 골똘히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생각이 풍부한 얼음골 두더지 소토가 입을 열었어요.

“곰곰이 생각을 해 봤는데 말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땅 속에서 땅굴을 뚫는 것과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는 것인데 좋은 생각이 났네.”

“그래 그 생각이 무엇인지 빨리 말해 봐. 잊어버리기 전에 말이야.”

두더지들은 얼음골 소토에게 바싹 다가갔어요.

“먼저 으름 머루 다래나무가 땅 속에서 나와 소나무를 기어오르면 우린 그 뿌리를 끊어 물 공급을 끊는 거야.”

“뿌리를 끊어내자고!”

“그런데 한 번에 그 뿌리를 다 끊을 수가 없을 거야. 그놈들의 뿌리는 뱀이 뒤엉킨 것처럼 워낙 많아서 말이야.”

“그럼 어떻게 끊어내지?”

“하나하나 찾아내어 다 끊어버리자고 모두 끊어내지 않으면 그놈들은 절대로 죽지 않아.”

“그 뿌리만 끊어내면 끝인가?”

“아니 우리가 그 뿌리를 끊어내는 동안 개미와 굼벵이 그리고 하늘소가 소나무를 뚫고 들어가 고통을 줄 거야.”

“개미 굼벵이 그리고 하늘소가 소나무를 뚫고 들어간다고?”

“틀림없어. 그 수만 마리 개미와 굼벵이 그리고 하늘소를 죽이지 않으면 그놈들의 뿌리를 다 끊어도 소나무는 죽게 될 거야.”

“그런데 수만 마리 개미와 굼벵이 그리고 하늘소를 어떻게 한 번에 죽일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어둔골 뤼드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이때 조내골 두더지 구드가 두 무릎을 탁 치며 벌떡 일어났어요.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그게 뭔데?”

“큰 서커스 공연장을 만들어 그들을 그곳으로 유인해 한 번에 쓸어버리는 거야 ”

“무엇으로 그들을 쓸어낸단 말인가? 좋은 빗자루라도 가지고 있는가.”

하고 물으면서 깔깔대고 웃는 것이었어요.

“물로.”

“뭐 물이라고 말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여름에 상류 머루골의 큰 물살을 이용하자는 말일세.”

“그런데 어떻게 물을 나르지?”

“땅굴로.”

“땅굴을 뚫자고!”

“그래 그곳까지 땅굴을 뚫어 공연장으로 물이 쏟아져 내리게 해 그들을 먼 바다로 아주 보내자는 말일세.”

조내골 두더지 왕초 구드의 계획은 서커스 공연장에 개미와 굼벵이 그리고 하늘소들을 모두 초대해서 혼을 다 빼놓고는 큰 물로 한번에 공격하자는 것이었어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물이 많이 고인 머루골 상류까지 땅굴을 뚫어 자연적으로 발생한 큰 물살을 이용하여 공연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그들을 한번에 처치하자는 것이었어요.

“개미나 굼벵이 그리고 하늘소 또한 으름 다래 머루나무의 음모를 좇아 산 소나무의 살을 뜯어먹는다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지.”

머루골 두더지는 그들의 계략을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솟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먼 머루골 꼭대기 시냇가까지 땅굴을 뚫을 수 있을까? 중간 중간에 큰 바위들도 있을 텐데 말이야.”

“그건 문제가 되질 않아. 우린 고도의 기술과 최신 기계도 가지고 있잖아.”

“그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

“문제는 저놈들이 듣지 못하게 조용히 일을 해야만 된다는 것이야.”

조내골 두더지 구드는 자신 있다는 듯이 구체적인 계획을 그들에게 들려 주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설 연휴가 끝나고 보름 전날 다시 만나기로 하고 비밀 지하 땅굴을 이용하여 각 마을로 돌아갔어요.

<계속>

기사입력: 2011/12/05 [15:45]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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