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해바라기 전쟁-②
맹주상 시인의 어린이를 위한 동화 선물
 
작가/시인 여울 맹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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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속 곤충과 동물들>

 *뚱보: 세 갈래 중에 가장 뚱뚱한 소나무.

 *키다리: 세 갈래 중에 가장 키가 큰 소나무.

 *이쁜이: 세 갈래 중에 가장 허리가 예쁜 소나무.

 *미도: 머루골 두더지 왕초, 의협심이 강하고 의견 수렴을 잘하며 일에 대한 탁월한 추진력을 지니고 있음.

 *구드: 조내골 두더지 왕초, 땅굴 수로와 서커스 공연 의견을 냄.

 *뤼드: 어둔골 두더지 왕초.

 *소토: 얼음골 두더지 왕초, 폭우로 어린 딸을 잃었으며 아주 풍부한 생각을 지니고 있음.

 *도니: 불개미 왕초 ↘

 *라보: 굼벵이 왕초 → 으름, 다래, 머루나무들의 음모에 동참하고 세 갈래 소나무를 습격함.

 *자멜: 하늘소 대장 ↗

 *로만: 약은 다람쥐 왕초로 공연장을 만들어 주고 두더지들이 도토리 저장창고를 짓게 함

 *루이: 얼음골 재간이 뛰어난 산토끼, 서커스 공연의 사회를 맡음.

 *지돈: 조내골 개미 가수 ↘

 *호빈: 얼음골 굼벵이 가수 → 이들은 쓰리테너로 세 갈래 소나무를 습격하여 새집을 짓는 것을 반대함.

 *레미: 머루골 하늘소 가수 ↗

 *지즈: 아름다운 금색 털을 가진 고양이 가수로 아주 거만한 동물임.

 *푸카: 아프리카에서 초대 받고 온 원숭이로 서커스 공연에서 동물구조시범을 실제상황에서 보임.

 *토벤: 예리한 감성과 눈빛을 지닌 노루로서 서커스 공연 악단의 지휘자임.

 

●숲 속의 음모

참나무가 있는 곳은 알맞게 비탈진 언덕이었어요.

그리고 아주 큰 바위가 그 앞에 떡 버티고 서 있었어요.

그들은 물고기가 헤엄을 치듯 땅 속을 헤집고 참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어요.

두더지도 살금살금 땅 속을 기어 그곳으로 갔어요.

그들은 바위를 기어오르더니 참나무에게 바싹 다가갔어요.

머루골 두더지 왕초 미도는 바위 뒤쪽에 뚫린 조그만 구멍에 귀를 대고 있었어요.

“참나무님, 주무시나요?”

으름나무가 참나무를 흔들었어요. 참나무는 깜짝 놀라

“이렇게 늦은 밤에 누가 찾아 왔지.”

“참나무님 놀라지 마세요. 으름 다래 머루나무에요.”

“긴 겨울밤이 너무 지루하실까 봐 술을 가지고 왔어요. 이렇게 추운 겨울밤에는 붉은 포도주가 참나무님 몸을 따뜻하게 해 줄 것 같아서요.”

으름나무가 그 둘의 말을 마무리라도 하듯 능청을 떨면서 참나무에게 포도주를 주었어요.

‘이녀석들이 웬일로 이 밤에 나를 찾아왔지. 나무 같지도 않은 꼭 뱀처럼 생긴 것들이 사람들한테는 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단 말이야. 나도 열매를 가지고 있지만 다람쥐나 밤톨이 다 떨어지면 먹을까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데 저놈들의 열매는 사람들이 허리가 부러지면서까지 따 먹으려고 하거든. 그리고 저것들보다도 훨씬 잘생긴 나무들도 지난 겨울 이 숲을 간벌할 때 다 베이고 말았는데 저놈들은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살아 난 것들이잖아. 참 사람들의 마음은 알 수가 없어. 색깔 있는 방울만 보면 아이들처럼 좋아하니 말이야.’

참나무는 하던 생각을 멈추고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척했어요.

“이게 누군가. 어서들 오시게 아름답고 달콤한 그대들의 열매만큼이나 마음씨도 눈처럼 포근하군!”

“늦은 밤인데도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자네들의 그 달콤한 열매로 빚은 술은 또한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 이 매서운 계절 딸랑딸랑 울리는 사랑의 종 아래에 놓인 자선냄비를 꽉꽉 채우게 만드니 그대들이야말로 이 숲속의 천사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참나무는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 올리며 그들을 칭찬했어요.

“참나무님 이런 말씀드리면 어떠실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도 단물을 내려 주세요.”

“단물이라니? 저 세 갈래 소나무한테서 그동안 많이 얻어먹었을 텐데.”

“오랫동안 소나무가 주는 물을 마셨지만 달기는커녕 쓰고 끈적거려 속병까지 걸렸어요.”

“속병까지 걸렸다니 그게 사실인가?”

“정말이에요. 이젠 참나무님이 해님 가까이서 맛난 음식을 많이 드신다고 하니 그 깨끗한 몸에서 나오는 단물을 먹고 싶어요. 물론 저희들도 달콤한 술을 만들어 드리겠어요.”

머루나무는 소나무가 베푼 그 많은 옛 일들을 까맣게 잊은 듯 참나무에게 착 달라붙어 말했어요.

다래나무도 기회를 놓칠세라

“참나무님, 신경통엔 다래주만큼 좋은 약은 없습니다.”

“정말 다래주가 신경통에 그렇게 좋은가?”

“그럼요, 하늘 높이 올라가시느라 허리가 많이 아프실 텐데 다래주를 드시면 말끔히 나으시고 긴 겨울밤 서서도 편히 주무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단물을 흘려주세요.”

이들 말을 몰래 엿듣던 머루골 두더지 미도는 너무 기가 막혀 온 땅 속이 지진으로 무너져내리기라도 한 듯 앞이 더욱 캄캄해지는 것 같았어요.

미도는 강물 속이라도 뛰어들고 싶었어요. 울분으로 화가 치밀어 몸이 더워졌기 때문이었어요. 참나무는 한참 무언가 골똘히 생각을 하더니 심각한 표정을 짓는 척하면서 그들에게 말했어요.

“암 주고말고. 소나무가 준 단물보다 아마 열 배는 더 달콤할 거야.”

“참말로 참나무님은 자비로운 분이세요.”

“그런데 아직은 아니야.”

“그럼 언제부터 먹을 수가 있죠?”

“저놈은 아직도 저 큰 세 가지를 온 하늘에 펼치고 내가 잠든 이 겨울에도 해님이 주는 맛난 음식을 콕콕 찍어먹고 있어.”

“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소나무는 거의 굶고 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울창한 몸으로 내가 여름 하늘을 다 덮는다 하더라도 이렇게 겨울에는 옷을 벗고 자야만 하거든.

그런데 저놈은 늘 푸른 몸을 가지고 있으니 이 매서운 겨울에도 하늘로 올라오잖아.”

으름나무가 침을 꿀떡 삼키며 물었어요.

“그럼 언제부터 단물을 주시나요?”

“저 세 갈래 소나무가 죽으면 내 몸에서 단물이 콸콸 쏟아져 나올 거야.”

“죽으면요!”

“그런데 저놈 죽이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아 앞으로 저놈은 쓴물을 토해내면서도 20년은 더 살 걸.”

“20년을 더 살 수 있다고요!”

“저 모가지와 푸른 손을 꺾지 않으면 말이지.”

“모가지와 푸른 손을 !”

“어쨌든 저놈은 언젠가 죽기는 죽겠지만 워낙 명이 질긴 놈이라서 그 단물을 기다리다간 너희들이 먼저 죽을지도 몰라.”

하고 말을 끝내면서 참나무는 흘끔 그들을 훔쳐보았어요.

그리고 무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는 말을 계속했어요.

“너희들은 원숭이처럼 나무도 잘 타고 뱀처럼 똬리도 틀고 나무들 목도 잘 조이잖아.”

“그런데요?”

“내가 그런 재주만 있었다면 벌써 저놈을 죽이고 비싼 값에 개미나 굼벵이 그리고 하늘소에게 저 소나무를 팔아넘길 수가 있었는데 말이야.”

말이 끝나자마자 머루나무가 흥분하며

“그럼 우리가 저 소나무를 죽이면 참나무님은 단물도 주시고 소나무도 우리에게 주신다는 말씀인가요?” 하고 물었어요.

“물론이지.”

믿기 어렵다는 듯이 다래나무가 또 물었어요.

“단물도 주시고 저 세 갈래 소나무 몽땅 주시는 거 맞죠?”

“하늘에 맹세코 소나무를 죽이면 둘 다 주겠다. 못 믿겠다면 계약서를 써 주지.”

“계약서를 써 주신다고요?”

“하지만 저놈을 빨리 죽이지 못하면 단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을 게다.”

“한 모금도!”

“이 숲은 나 말고도 다른 나무들이 하늘을 빼곡히 가리고 있으니.”

“참나무님 제발 저희 목숨을 살려 주세요.”

“너희들 스스로가 해님의 음식을 먹고 살아갈 수 없으니 이른 봄부터 서둘러야 될 게다.”

그들은 바위 뒤쪽으로 가서 잠시 의견을 서로 주고받은 뒤에 참나무에게로 다시 왔어요.

“좋아요. 오늘밤 여기서 계약서를 쓰지요.”

참나무와 으름 머루 다래나무들은 계약서에 모두 서명을 하고 다시 땅 속으로 돌아갔어요.

<계속>

기사입력: 2011/12/02 [15:38]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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