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의 역사적 의의와 전시 내용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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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부끄러운 과거의 역사를 잊게 되면 부끄러운 역사는 미래에 또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 부끄러운 과거의 역사도 기록하고, 기억하고, 단죄해야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선 일제에 부역하고, 협력했던 부끄러운 과거가 지워지고 왜곡돼왔다. 그리하여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가 경술국치 108주년인 2018829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47다길 27에 국내 최초의 일제강점기 전문박물관인 식민지역사박물관을 개관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 2018년 8월29일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 전경.     © 아산톱뉴스

   

서울 남산과 용산 일대는 일제의 침략전쟁과 식민통치의 본산이 자리 잡고 있었고, 해방 이후에는 독립운동 선열의 묘역이 효창원에 들어서는 한편으로 인권말살의 상징인 중앙정보부와 대공분실이 위치하고 있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에는친일문학론의 저자 임종국 선생의 유품을 비롯해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편찬 과정에서 축적한 자료를 포함한 자료 7만여 점과 5만여 권의 도서가 수집됐다. 이 가운데 엄선한 일부가 박물관에 전시되고 나머지는 아카이브로 구축·관리된다.

 

20112월 건립위원회(위원장 이이화)가 출범한 지 8년여 만에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전시와 교육을 통해 1875년 운요호 사건에서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70년에 걸친 일제 침탈과 그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을 담아 고발했다.

 

그리고 세계사상 유례없이 치열하고 지속적이었던 항일투쟁의 빛나는 역사를 알려 나가는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식민 지배에 따른 일제 잔재와 분단 독재 체제의 폐해,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거사청산운동의 과정도 생동감 있게 전달할 계획이다.

  

▲ 식민지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유물과 자료.     © 아산톱뉴스

   

식민지역사박물관의 상설 전시관은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가치를 따지기 힘든 소중한 유물과 자료들도 공개된다. 강제병합 당시 순종의 칙유와 데라우치 통감의 유고, 일제의 침략전쟁을 합리화하는 니시키에, 출처와 경위가 분명한 삼일독립선언서 초판본, 남경대학살 일본군 선봉부대 일장기, 동학 의병 관련 자료, 을사오적 등 거물 친일파의 훈장 등 유품,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포스터 엽서 등 선전자료, 일기 책자 등 문헌자료, 문서 지도 사진 등 희귀한 자료도 전시된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소장자료들을 활용해 전시는 물론 출판 영상제작 등 교육교재 개발에도 주력하는 한편, 시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역사문화강좌를 개설하고 답사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 과정에서는 건립자금 모금뿐 아니라 유물 기증에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독립운동가 후손, 강제동원피해자 유족,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기증에 함께했다. 여기에 일본 시민사회가 펼친 자료 기증운동도 큰 힘이 됐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조경한 선생의 외손 심정섭 선생이 68차에 걸쳐 총 6천 점이 넘는 자료를 정리해 보내온 것을 비롯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을 지낸 차리석 선생, 문화부장을 지낸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 건국동맹의 채충식 선생, 부민관폭파의거의 주역 조문기 선생의 유품도 후손들이 기증했다. 희생자의 원혼이 담긴 유골함과 청춘만장이라 불린 장행기 등 강제동원피해자들이 남긴 유품들에는 유족들의 한이 서려 있다.

 

강만길 선생의 남북교류 자료, 윤정옥 선생의 일본군위안부관련자료, 고 성대경 선생의 의병 관련 자료, 민족문제연구소 초대 이사장을 지낸 고 이돈명 변호사와 한승헌 변호사의 법조 관계 자료, 전기호 선생의 강제동원 관련 자료, 이이화 선생의 동학 관련 자료, 임헌영 선생의 재판 관련 자료, 윤경로 선생의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 등도 눈에 띈다.

 

도쿄지회 조영숙 회원의 자이니치 관련 자료, 미국 이덕문 회원과 독일 원병호 회원의 민주화운동 자료 등 해외 회원들의 호응도 두드러졌다.

 

식민지역사박물관과일본을잇는모임에서도 다수의 자료를 수집해 보내왔다. 즈시 미노루 선생이 방대한 침략신사컬렉션을 기증했으며, 기타무라 메구미 씨 등이 개별적으로 기증운동을 펼치고 있다.

 

도쿄고려박물관 일본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재한군인군속재판을지원하는모임 오키나와한의비모임 등 과거사 관련 단체들도 조직적으로 자료기증운동을 펼쳤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식민지역사박물관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이 총 55억 원에 달한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송기인 초대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재직 2년간 급여로 받은 2억 원 전액을 기탁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건립이 추진됐다. 개관을 앞두고는 4500여 명의 발기인을 비롯해 1만여 명이 건립운동에 참여해 165천만 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이 밖에 독립운동가 후손과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또한 건립운동에 동참했고, 일본의 과거사 관련 시민단체들과 학계 인사들은 식민지역사박물관과 일본을 잇는 모임을 결성해 기금 11345만 원을 모아 전달했다.

 

이처럼 많은 자금이 모였지만 아직은 많은 부분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모금 운동은 계속될 예정이다.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의 역사적 의의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자발적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을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상임대표 이희자)’ 등 시민단체와 독립운동 관련 학계의 도움을 받아 민간 차원에서 식민지역사박물관을 건립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3040년 간 평화와 반전, 조선인 차별 철폐 운동, 강제동원 진상 규명 연대운동을 해 오신 분들 800명 정도가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을 지지해 1억 원이 넘는 건립기금을 모아 민족문제연구소로 송금해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또한 1만 명이 넘는 애국 시민들이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운동에 참여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자발적인 역사문화운동을 통해 박물관이 개관되었다는 점이다. 그런가 하면 식민지역사박물관이 단순한 자료 전시만 하지 않고 시민과 청소년들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열린 역사교육 공간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문제 연구의 선구자인 고 임종국(林鍾國, 1929-1989) 선생의 친일청산’, ‘역사정의 실현’, ‘민족사 정립유지를 이어받아 친일 인사들과 식민사학자들의 온갖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애국 시민들과 양심적인 일본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식민지역사박물관을 건립하고, 개관하는 데에 성공하여 앞으로 친일연구를 보다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연구해 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 고 임종국 선생 존영.     © 아산톱뉴스

 

▲ 1980년대 중반 요산재에서 고 임종국 선생 가족과 친지들이 촬영한 기념사진. 뒷줄 왼쪽부터 김대기, 전학섭 목사, 종국, 윤병상 목사, 나도현 목사 등이 보임.     © 아산톱뉴스

 

고 임종국 선생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 당시 이 회담의 반민족적 성격에 분노해 본격적으로 서울에서 친일 연구를 하였다. 그러다가 그는 건강이 좋지 않아 계속 연구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임종국 선생은 1980년 건강회복과 집필에 전념하기 위해 천안 근교 삼룡동에 요산재(樂山齋)란 집을 짓고 밤나무 농사를 지으며 친일 연구를 했다. 그런데 노쇠하여 농사를 짓기가 어려워 1988년 천안 시내인 구성동으로 이사해 <친일파 총사>를 집필하던 중 건강악화로 숨을 거뒀다.

 

친일연구의 개척자인 임종국 선생은 1929년 경남 창녕 출생의 시인·비평가·재야사학자로 1956년 고려대학교 정외과를 졸업하고 서울과 천안에서 일제침략사와 친일파 연구에 천착하여 친일문학론(1966), 흘러간 성좌(星座)(1966), 일제침략과 친일파(1983), 밤의 일제침략사(1984), 일제하의 사상탄압(1985), 친일문학 작품선집(1986), 친일 논설집(1987)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특히 그는 일제강점기에 천도교 간부였던 부친 임문호의 친일행적까지 낱낱이 밝히고, 한민족 앞에 고발해 학자의 양심을 지킴으로써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2018829일은 경술국치 108주년이 되는 치욕적인 날이었다. 1910822일 통감 데라우치는 어전회의를 열도록 강압했다. ‘한국병합에 관한 조약체결절차를 밟기 위한 것이다.

 

순종황제가 참석한 회의에서 전권위임에 관한 조서를 받아내는 형식을 밟는다. 전권위원으로 임명된 총리대신 이완용을 앞세워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다. ‘조약안이 공포된 날이 바로 829일이다.

 

일제가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날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국사책은 오랜 시간 동안 한일합방이라고 기술했다. 2000년대 이후 한일병합이라고 쓰는 교과서가 늘어났다. 최근으로 올수록 역사 교육을 부실하게 한 탓에 829일이 무슨 날이냐고 물으면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선열들을 볼 면목이 없다. 국가추념일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의 국사 교과서가 일본의 공식 식민지로 전락한 날을 한일합방일로 기술하고 학생들에게 교육한 것을 보면 우리 교육이 얼마나 민족주체성을 상실했는지 잘 보여준다. 임시정부는 국권 상실한 829일을 경술국치일로 이름 지어 추념했고 8·15 해방 이후에도 정부에서 추념하였는데 박정희 정권 집권과 동시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다.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했어야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박정희기념도서관 건립될 때는 정부 돈을 지원했다. 독립투사들이 만주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할 때 박정희는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군사관학교 과정을 밟고 항일독립군을 토벌하는 군대에 배속되어 활동한 인물이다. 매국노의 길을 걸은 인물을 기리는 기념 시설에는 재정을 지원하고 독립운동을 기리는 식민지역사박물관엔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949년 친일파에 의해 와해된 반민특위의 정신과 친일 연구의 선구자인 고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친일인명사전><항일음악 330곡집>을 발간하고 식민지역사박물관을 건립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국가가 할 일을 대신 했다는 점에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보다 더 많이 공헌해 주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1. 신상구, “임종국 선생의 올곧은 역사의식과 친일 적폐청산 노력”, 금강일보, 2017.11.17일자. 2.

 

2. 신상구, “식민지역사박물관의 조속한 건립을 기대하며”, 경향신문, 2017.12.13일자. A292.

 

3. '디지털뉴스부, “경술국치 108'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 1875운요호 사건부터 1945해방까지”, 경인일보, 2018.8.30일자.

 

4. 최창우, “한일합방, 경술국치 그리고 식민지역사박물관”, 경북일보, 2018.8.30일자.

 

5. 권종술, “부끄러운 친일의 역사 담은 식민지역사박물관국치 108주년 맞아 개관”, 민중의 소리, 2018.8.30일자.

 

6. 신상구,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을 경축하며”, 금강일보, 2018.8.31일자. 2.

 

<필자 소개>

▲ 신상구 박사.     ©아산톱뉴스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문학평론가)


-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 아호 대산(大山) 또는 청천(靑川), 본관 영산신씨(靈山辛氏) 덕재공파(德齋公派)


-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 한국상업은행 종로구 재동지점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 주요 저서: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아우내 단오축제>, <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 <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4.


- 주요 논문: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93


- 수상 실적: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시부문 신인작품상, <문학사랑>·<한비문학> 문학평론 부문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동양일보 동양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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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01 [18:30]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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