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친환경신소재? 예산주물산업단지는 ‘애물단지’
쫓겨가는 ‘진해마천 주물단지’는 ‘예산주물단지’의 미래모습?
 
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naver band
광고

정환중 씨. 충남 예산군 고덕면 사리에 살고 있는 그는 올해 채 익지도 않은 벼를 일찌감치 수확했다. 현재 운영 중인 인천서부산업단지 내 수십여 개의 주물업체들이 그가 살고 있는 충남 예산으로 이전하려하자 이를 막기 위해 서둘러 농사일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가 농사일을 뒤로하고 주물단지 입주를 막는 일에 몰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예산군은 지난해 11월 23일 충남도와 함께 경인주물조합 소속 22개 업체(인천 서구 경서동 일원)와 주물산업단지 조성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예산군은 고덕면 상몽리 일원 48만m²(약 14만5000평) 부지에 총사업비 677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13년 주물산업단지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경인주물조합 측은 이전사업시행자로 건설사를 내세워 사실상 몸을 숨겼고, 예산군은 처음부터 이 사업의 이름을 ‘예산신소재산업단지’로 이름 붙었다. 주민들은 올 해 초, 큰 산업단지가 입주한다는 얘기가 떠돌았지만 ‘신소재산업단지’라는 이름 그대로 첨단 친환경업체로 알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 5월 말, 주민들은 예산군이 말한 ‘신소재산업’이 ‘주물공장’이라는 소문을 듣고 모내기를 끝내자마자 예산군청으로 달려가 공해업체는 안된다고 처음으로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주민들은 예산군 관계자로부터 “주물공장에 대해 알기나 하고 반대하느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예산군 관계자들은 “오는 2012년 대기환경보전법이 시행되는 만큼 강화된 규정에 따라 건물과 시설이 들어서면 환경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민들을 설득하기까지했다.

하지만 인천 주물공장 등 현장을 견학하고 온 주민들은 “환경오염방지시설을 아무리 한다하더라도 중금속이 배출되는 주물단지는 농업으로 먹고 사는 청정지역에 들어설 수 없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주변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신소재 산업’이라는 예산군 및 시업시행자 측과 ‘믿지 못하겠다’는 주민들.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27일 현장취재에 나섰다.  

코 틀어막게 하는 주물공단, 매연+악취 +분진 +소음

27일 오후. 진해마천산업단지에 들어선 일행들이 코를 틀어막았다. 진해마천산업단지(경남진해시 남양동 일원) 인천주물산업단지와 함께 한국 3대 주물공단중 하나다. 역한 냄새에 인상마저 구겨졌다. 눈도 따가왔다. 한 주물업체에 들어서자 냄새는 더 심해졌다. 공장 외곽을 오가는 직원들도 하나같이 방진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공장 안 상황은 더 심했다. 실내먼지가 숨 쉬기가 싫어질 만큼 탁했다. 곳곳에 겹겹이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옆 사람과 얘기를 나눌 수 없는 만큼 소음이 심했다.

이날 함께 공단을 찾은 조찬형씨는 “얼굴이 따갑고 속이 메스꺼워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 씨는 충남 당진 면천에 사는 주민으로 면천은 당진 합덕, 순성 등과 함께 예산주물단지 입주예정지역과 1-2km 불과하다. 때문에 이날 당진 면천 주민과 예산 고덕면 주민 10여명이 이날 현장 견학에 동행했다.

진해마천일반산업단지 관계자는 “이 공장은 입주한 지 20년 가까이 지나 시설이 노후됐기 때문에 소음과 분진, 악취 등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추진 중인 밀양하남산업단지로 이전할 경우 강화된 대기환경보전법을 적용, 최신설비를 갖추게 돼 모든 문제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일행은 이번에는 강화된 환경기준에 맞춰 최신설비를 갖춘 단지 내 다른 업체를 찾았다.

업계관계자는 “수년 전 최신설비를 갖춰 분진이나 냄새가 전혀 없다”며 “우리 시설은 세계 수준의 시설로 일본의 주물공장에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세계수준의 시설’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소개가 일행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현장은 앞서 둘러본 업체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지만 작업장 곳곳에 먼지가 쌓여 있었고, 냄새 또한 여전했다. 동행한 예산에 사는 정환중 주물공단 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이게 세계수준의 시설이라면 더 볼 것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방문한 주물사 재처리업체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해당 업체에 일행이 들어서자 폐기물을 운반하던 중장비가 순간 엔진을 멈췄다. 하지만 폐기물처리 작업장은 뿌연 먼지로 꽉 차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그 속에서 여러 명의 근로자들이 방진마스크에 의존해 연신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 업체 관계자 역시 “밀양산업단지로 이전하면 그 때 환경저감시설을 갖출 예정”이라며 “그 때까지는 현재시설을 유지할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장을 둘러보던 예산고덕농협 박기동 조합장은 “이게 현행법으로 문제가 없다면 여기서 법이 더 강화된들 무슨 소용이 있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행한 예산군 고덕면 주민들은 “이곳은 예산으로 이전하려는 인천의 경인주물공단과 비교하면 그나마 양반”이라며 “얼마 전 견학했던 인천 주물공단은 악취와 먼지가 이보다도 배는 더 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친환경업체라면 왜 쫓겨 가겠나”

진해마천산업단지 내 주물업체 대부분은 지난 1992년 부산 사상구에서 이전해왔다. 공해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자 사실상 이곳으로 떠밀려온 것. 그렇다면 이들 업체가 입주 18년 만에 다시 밀양하남산업단지로 이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진해마천산업단지 이명오 전무(73)는 “생산시설을 보다 증설하고 보완하기 위해 땅값이 보다 저렴한 곳으로 옮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당진과 예산 주민들이 ‘생활환경 오염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 때문 아니냐’고 거듭 묻자 “주민민원 문제도 이전 사유중 하나”라고 시인했다.

공단 인근에 사는 신금숙씨(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의 답변은 분명했다.

“주물공장이 친환경업체라면 왜 이곳에서 쫓겨가겠씁니꺼? 인천주물공장이 충남 예산으로 왜 가려하겠습니꺼? 처음엔 첨단시설이라고 들어왔다 공해배출로 주민들하구 문제가 생기니까 버티다 버티다 결국 옮겨가는 거라예. ”

그는 이어 “환경오염문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지역 주민들이 공단 측과 심한 갈등을 겪었다”며 “주물공단의 이전은 전적으로 시설노후화에 따른 공해배출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 업체들이 결국 이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은 대기오염으로 아토피에 시달리고 기침과 콧물을 달고 살았고 어른들은 시꺼먼 매연에 창문을 열 수도, 빨래를 널 수도 없는 상태”라며 “오죽했으면 공단 주변학교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했겠냐”고 반문했다. 실제 인근 웅동초등학교 교실에는 공기청정기가 설치, 가동되고 있었다. 신씨는 “아무리 법을 강화하고 첨단시설을 갖춘다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시설은 노후화될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은 18년 전 처음 이곳에 주물업체가 들어설 때처럼 ‘첨단시설’이라고 하겠지만 20년도 안돼 낡은 시설이 돼 공해를 품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주물공장, 대규모 공단 조성하면 절대 안돼” 

한때 공해추방대책위 간사를 맡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고심해온 그에게 해법을 물었다.

“한마디로 주물공장은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면 절대 안됩니더. 주물공장을 하나씩 멀찌감치 서로 떨어뜨려 놔야지 환경저감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할 수 있고 주민감시도 수월해 집니더. 같은 이유로 일본, 미국 등 선진국 어디에도 주물업체를 모아 대규모 산업단지를 만들지 않씁니더. 일본은 주택가에 달랑 한 두 개 주물공장을 만들어 놓고 공장안에 연못을 만들어 물고기가 살게 합니더. 한 곳에 모으지 말고 멀리 떨어뜨려 놔야 합니더.”

이에 대해서는 진해마천산업단지 이명오 전무(73) 또한 “사실 선진외국의 경우 한국처럼 주물공장을 대규모단지화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하지 않는 대규모 주물산업단지를 예산군은 왜 15만평 가까운 농민들의 터전을 갈아엎으면서까지 유치하려 하는 것일까?

“최승우 군수님과 군 공무원들이 여기를 와 봤어야 하는디...그라믄 ‘주물단지’가 ‘애물단지’라는 걸 금방 알 것인디...”

하루 종일 현장을 둘러본 한 주민이 넋두리처럼 푸념을 토해냈다. 어둑해진 주물공단의 시꺼먼 모습보다 주민들의 낯빛이 더 그늘져 보였다.

[관련기사] 당진군청 “예산 오려는 인천주물업체는 골칫거리”

기사입력: 2010/10/29 [15:47]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및 그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과하여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이들을 비방하는 경우 「공직선거법」에 위반됩니다. 대한민국의 깨끗한 선거문화 실현에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화보/제63회 성웅 이순신축제] 이순신 장군 출정식과 군악·의장 퍼레이드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