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가마에 막힌 충남도청… 농민들 나락 2500가마 적재
벼 경영안정 직불금 지원 촉구, 충남도 “합리적 해결방안 마련할 것”
 
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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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농 충남도연맹과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충남도청 앞에서 '벼 경영안정 지원금' 지불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대화와 소통을 하겠다던 민주당 소속 충남도지사의 도정 철학이 겨우 이 정도 밖에 안된단말입니까, 한나라당 도지사와 대체 뭐가 다르단 말입니까."

지난 2일 오전 충남도청 앞은 소란했다. 아스팔트 바닥에는 나락 적재를 막던 청원경찰과 몸싸움 끝에 바닥에 쏟아져 버린 나락 낱알들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전농충남도연맹과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날 충남도청 앞마당에 40kg 나락가마 2500가마를 적재하기로 하고, 충남 지역 16개 시군에서 트럭에 나락가마를 싣고 이곳에 집결했다.

이날로 34회째를 맞는 100배 투쟁을 마친 이들은 도청 현관 주변에 밑받침을 내리고, 나락가마를 쌓기 시작했다. 그러자 청원경찰들이 달려들어 이들을 막아섰다. 도청 현관으로 들어오는 길목은 막지 말라는 게 이들의 저지 이유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과 청원경찰간의 심한 몸싸움이 일어나고 욕설이 오갔다. 분에 못 이긴 일부 농민들은 나락 가마를 찢으며 나락 낱알을 아스팔트 위에 쏟아 부었다. 또한 도청 현관에 나락가마를 쌓고 나락을 쏟아 붓기도 했다.

나락적재를 중단한 농민들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규탄 발언에 나선 강사용 충남도연맹 의장은 "나락이 땅에 쏟아진 이 현장을 보니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면서 "이명박 정부나 충남도의 이러한 태도를 보면, 농민을 업신여기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모두 그대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쌓으려는 2500가마의 나락은 우리 농민들의 피와 땀이고 한이며 눈물"이라면서 "어제까지만 해도 적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던 충남도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이렇게 막아서는 이유를 모르겠다, 소통과 대화를 내세우는 안희정 지사가 이 자리에 나와서 왜 농민을 핍박하는지 그 이유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광섭 전국농민회 의장도 "올해 우리 농민들은 태풍과 이상기온 등의 영향으로 쌀 소출이 30%나 줄어들었고, 쌀값은 지난해 16~18만 원 하다가 올 해는 12만 원대로 떨어져 전체 소득이 예년의 절반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그동안 지속가능한 농업을 그렇게 주장해 왔으나,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이 나라가 대체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이들은 또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상기후와 태풍으로 인해 올해 쌀 수확량은 30년 만의 최저치"라면서 "상식적으로 쌀 생산량이 줄면 쌀값이 올라야 정상이건만, 폭락한 쌀값이 회복될 줄을 모르니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 몫이 되어버렸다"고 밝혔다.

▲ 충남 농민들은 이날 2500가마의 나락을 충남도청 앞마당에 적재했다.     © 오마이뉴스

그러면서 이들은 "경북 등 타 광역지자체는 잇따라 현재의 쌀 대란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대책을 강구하며 농민들의 고통분담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고 있다"며 "하지만 충청남도는 농민이 조례를 통해 지원의 근거와 명분까지 만들어 주었지만, 겨우 '검토하겠다', '중앙정부가 해야 하지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주민 발의된 조례의 취지와 도지사의 선거공약까지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정부에 대해 "농민생존권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충남도에 대해서는 "주민발의에 의해 마련된 조례에 따라 벼 경영안정 지원금을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농민들은 다시 나락가마 적재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청원경찰들과의 몸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농민들은 도청 앞마당 곳곳에 2500가마의 나락가마를 모두 쌓았으며, 이에 앞서 농민들은 충남의 각 시군청에 모두 6000가마의 나락을 적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충남도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그 동안 충남도는 농민단체와 지속적인 대화를 해왔다"며 "특히 가장 큰 현안인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 직불금 지원 조례'와 관련하여 충남도가 지원을 안하고 있고, 전국에서 충남도 농민들만 소외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충남도는 지난 2002년부터 타 시·도에서 시행하지 않는 '저농도비료 지원' 시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금년의 경우 충남도는 비료 값 하락으로 228억 원을 집행하여 ha당 14만5604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회에서 벼를 야적하기 전에 도가 지원할 수 있는 액수를 밝히라며, 실질적인 협의보다는 시위를 벌이며, 물리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어, 도에서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도에서는 오는 13일 농수산정책협의회를 구성하여 벼 재배농가 지원과 쌀 농업의 구조적 개선대책을 농민단체, 농업 전문가, 학계, 의회 등과 논의를 거쳐 합리적 해결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사입력: 2010/12/03 [16:30]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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