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천안아산역 하부공간에 관광홍보물로 설치된 문제의 이충무공 표준영정. © 아산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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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시장 박경귀)가 KTX천안아산역 하부공간에 관광홍보물을 설치하면서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을 그대로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은 친일 화가가 그린 데다, 복식 고증도 잘못돼 지정해제 여론이 높은 작품이다.
10일 시에 따르면 KTX천안아산역 하부공간 기둥 9개에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과 온천욕을 즐기는 세종대왕을 캐릭터로 형상화한 관광홍보물을 설치했다.
시는 내년 온양시·아산군이 통합해 아산시로 출범한 지 30주년을 앞두고 아산의 관광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관광홍보물 설치를 추진했다. 아산에는 이순신 장군이 영면한 현충사와 세종대왕이 다녀간 조선왕실온천 온양행궁 터가 위치해 있다.
문제는 표준영정이다. 현충사에 봉안된 이순신 장군 영정은 1953년 장우성 화백이 그린 작품이다. 1973년 우리나라 1호 표준영정으로 지정됐다.
장우성은 1941년 조선총독부가 주관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총독상을 받은 인물이다. 일제를 찬양하는 작품을 다수 출품했다.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됐고,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간한 ‘친일반민족행위 관계사료집’에도 이름을 올렸다.
표준영정 지정과 지정해제를 심의하는 기구인 문화체육관광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도 복식 고증에 명확한 오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2010년엔 친일 작가 논란, 2017년에는 복식 고증 오류까지 포함해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 해제 신청이 있었지만, 문체부는 100원 동전과 교과서 전면 교체 등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혼란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2020년 6월 다시 한 번 지정해제 신청이 있었지만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 교체 요구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을 시 관광홍보물로 사용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창봉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장은 “그동안 국회에서 여러 차례 지적됐고, 문체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문제”라며 “정작 현충사가 위치한 아산에서 행정기관의 문제의식 부재는 참으로 안타깝다. 가장 중요한 표준영정 지정해제는 관심이 없다. 4.28 행사만 보더라도 외형과 치적쌓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국가유산청 현충사관리소에 의뢰해 받은 것일뿐”이라며 “실제 현충사에 간 것처럼 효과를 내기 위해 표준영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KTX 천안아산역 하부의 낡은 공간에 성웅 이순신과 세종대왕의 온양행궁을 모티브로 한 관광홍보물을 설치해 아산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역사적 사실에 재미를 더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역 하부공간의 퇴색되고 낡은 회색 기둥에 단순한 관광지 소개를 넘어 아산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으며, 교각의 콘크리트에 손상이 없으면서도 점검이 쉽도록 안전한 구조물 설치기법을 적용한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특히 세종의 온천욕 캐릭터를 글로벌한 주제로 접근해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더해주고 있으며, 목욕물이 흘러넘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캐릭터는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잡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키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