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소속 아산시의회의원들이 28일 의회동 청사 앞에서 박경귀 시장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 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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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전반기 임기 마지막 날인 28일, 박경귀 아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아산시의회의원들이 시장 정책특별보좌관 특혜 의혹부터 아산문화재단 대표이사 내정설 등 각종 논란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5분발언을 통해 비판을 쏟아냈고, 박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작심한 듯 대응에 나섰다.
제249회 정례회 3차 본회의가 열린 이날 오전, 본회의장 단상에 오른 천철호 의원은 “정책특보 천국이 됐다”고 비판했다. 자원봉사센터장과 문화재단 대표이사 모두 정책특보인 데다 선임 과정이 공정치 못한 점을 지적했다.
천 의원은 “자원봉사센터장의 빠른 선임을 요구했음에도 일 년 넘게 공고를 내지 않았던 상황에서 복지 분야 특보가 위촉된 지 1년 후 원서를 접수했다”며 “정정당당히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다면 후보 등록 전 사표를 내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선임된 유성녀 특보의 경우 기존 자격기준만 보면 미달이다. 그런데 직전까지 없었던 ‘기타 문화예술 조직능력 등 각 호에 준하는 자격이 있는 자’라는 자격기준이 추가됐다”며 “축제 행사에 재능이 있다고 대표이사로 뽑은 것은 전쟁터에서 사기를 높이기 위해 꽹과리나 나팔을 잘 부는 사람에게 장군 자리를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미성 의원은 유 특보의 경력·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유 특보 이력서 경력을 보면 뮤지컬 ‘창업’의 음악감독을 역임했다고 돼 있다. 예매 사이트를 확인해 보면 감독이 아닌 보컬코치였다”며 “아산시에 오기 전 유일한 감독 경력이 공식 기재된 것과 달랐고 관공서 행사 감독 경력은 전무했다. 그런 유 특보가 2022년부터 17개월간 줄줄이 시 행사감독으로 활동한 행사 예산만 42억 1680만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유 특보는 지난해와 올해 성웅 이순신 축제 감독을 역임하면서 박사 학위가 기재된 이력서를 두 번이나 제출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직접 베르디 국립음악원 관계자 동의를 얻어 녹음한 통화내용을 공개하며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기재했으나 해당 학교엔 박사 학위 코스가 아예 없었다”고 설명했다.
▲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 관계자 통화녹음 자료./자료=김미성 의원 제공 영상 갈무리 © 아산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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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 의혹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유 특보가 수차례 제 전화를 받지 않아 유 특보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전제로, 국민대 대학원 석사를 마친 유 특보의 논문 표절률을 검증 사이트를 통해 살펴봤다”며 “표절률이 최소 46%에서 최대 50%에 달했다. 특히 논문의 결론은 자신의 창작물이어야 함에도 해당 논문의 결론 5개 중 3개를 타 문헌에서 끌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춘호 의원은 시장 국외출장비가 본인이 아닌 직원 계좌로 지급된 문제, 시장 당부사항과 몇몇 특보에 의해 좌우되는 시정 운영을 거론하며 “대우탄금(對牛彈琴)하는 일이 없도록 매사 반추(反芻)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우탄금은 소를 마주 대하고 거문고를 탄다는 뜻으로, 어리석은 사람에게 도리를 가르쳐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명노봉 의원은 지역 체육 인프라 부족, 체육회의 예산 집행권을 시 직접 교부 방식으로 바꾼 점에 대해 “보조금이라는 무기로 단체를 길들이는 게 아닌 체육분야가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비판했고, 김은복 의원은 고불 인문학·이순신 리더십 아카데미 등 인문학 강연을 사례로 “수강과 공무원 승진 연계를 즉각 중단하고 교육 취지에 맞도록 공무원이 아닌 시민 참여 기회를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 의원 9명 전원은 본회의 후 박 시장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사과와 즉각 사퇴도 촉구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 24일 주간 간부회의에서 의원들이 지적한 행감 사안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왜 이래라저래라하냐? 시의원들이 잘 알지 못하고 하는 말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박 시장은 시의원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 39만 시민 대의기관인 시의회를 모욕한 것”이라며 “지방자치기구 핵심 역할 중 하나인 행감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시민 신뢰를 완전히 잃게 만들었다. 사과가 없다면 법적 조치를 통해 시장의 안하무인 행태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도 가만 있지 않았다.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연 그는 민주당 의원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박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시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은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행감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궤변을 하고 있다. 오히려 합리적 근거나 이유 없이 공직자들을 몰아세우고 과도한 정보 노출이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지 1석 더 많은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온갖 전횡 휘두르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왔다. 12년간 민주당이 시정을 점유하면서 공정치 못한 것은 물론 측근 비리 의혹도 상당히 많았다”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개혁에 대한 반발인가? 민주당 떠받치던 모든 세력과 이익이 빠르게 축소돼 위기를 느끼는 것 같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 박경귀 아산시장이 28일 오후 시청 상황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의 성명서와 5분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아산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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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발언 내용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유 특보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 대해 “김미성·천철호 의원 발언은 유 특보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악의적 프레임을 내세운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공모 없이 예술감독을 뽑는게 잘못됐다고 하는데 접근 자체가 틀렸다. 예술 영역은 기술인력처럼 자격증과 경력을 뽑는게 아니다”라며 “공모해서 뽑는 것은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훌륭한 감독은 공모에 응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특보는 검증을 거친 사람들이다. 자격 이전에 당사자의 역량을 본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더라도 거쳐온 자리에 있는 관계자를 통해 확인해 보면 성과 미미했거나 과장된 경우가 있었다”며 “이전 경력이 아닌 현재 축제에 대한 성공과 실패는 왜 얘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유 특보 학력·경력 의혹을 제기한 김미성 의원에게는 “제대로 알고 얘기하라”고 비난했다.
박 시장은 “유럽과 미국은 교육학제가 다르다. 미국의 경우 예술과정에도 박사학위라는걸 주지만 유럽은 석사까지만 있다. 대부분 ‘최고위과정’이라고 한다”며 “한국에 없기 때문에 이해를 시키기 위해 예술인 대부분 최고위과정이라고 하고 ‘연주학 박사’라고 통칭한다. 유럽에서 공부한 분들 다 그렇게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문표절률에 대해선 “검증 프로그램이 여러가지이고 조건 설정에 다라 0%에서 120%까지도 나온다”면서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성악가가 논문으로 이야기하나? 예체능 분야엔 학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 과정을 둘러싼 논란도 반박했다.
박 시장은 “어떤 문화재단이든 대표이사와 사무국장 자격을 똑같이 해놓은 곳이 없다. 특히 대표이사는 해당 분야 몇 년 등 지엽적으로 명시해 놓고 뽑는 게 아니다”라며 “인근 천안이나 공주의 문화재단 대표이사 자격기준을 비교해봤으면 질문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마치 유 특보가 신설된 자격기준 때문에 된 것처럼 얘기하는데 아니다. 2호(문화예술 및 행정, 경영 관리 경력 10년 이상인 자)를 적용한 것”이라며 “공주시처럼 한다면 10년도 필요 없다. 문화예술 분야에 소양 있고 철학 능력 있으면 다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보의 보조금사업 수주 등 이해충돌 소지에 대한 질문엔 “가령 유 특보가 예술감독을 안하고 공연만 다니면 감독료의 몇 배나 되는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익이 가중되는 게 아니라 손해인데 어떻게 이해충돌이냐”며 “특혜라고 붙인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공무원 여비 규정 위반을 지적한 이춘호 의원를 향해서는 “지적사항에 대해 규정에 맞게끔 개선하겠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개선방안을 제시하면 될 것이지 ‘시장이 신용불량자입니까’라고 한 것은 시장을 우롱한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인문학 강의와 승진인사 연계 비판엔 “시장이 되기 전 사단법인 행복한 고전읽기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서울의 최고 지식인을 대상으로 고전 아카데미를 5년 이상 한, 대한민국 인문교육을 이끈 사람”이라며 “시장은 얼마든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권리가 있다. 강의를 통해 예비 간부공직자들은 유연한 인문적 사고와 각 분야를 넘나드는 통속적 지혜를 배우고 있다 믿는다”고 일축했다.
체육회 보조금 사업에 대해선 “그동안 체육회에서 공정하게 집행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발견됐기 때문에 시가 직접 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라며 “체육회에서 운영 전반의 역량을 넓히고 공정하게 한다면 언제든 직접 집행할 수 있도록 융퉁성 있게 예산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