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권 아산맑은미래포럼 대표. ©아산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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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은 여러 의미로 기억되는 날이다. 어느 제과 회사의 상업적 기념일인 막대 과자의 날, 코레일에서 홍보하는 레일 데이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11대 충남도의회에서 농수산해양위원장을 맡았던 만큼 ‘농업인의 날’이라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농업인의 날은 농업인들의 자부심을 고취하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고자 제정된 법정기념일로, 올해로 29년째를 맞았다.
수확과 풍요의 계절인 가을이지만 농업인들의 표정은 어둡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에 4만5725원으로, 지난해 5만1142원과 비교해 10.6% 하락했다. 쌀 한 가마니인 80㎏로 따지면 18만2900원이다. 통상적으로 쌀 수확기인 7월부터 9월까지는 재고물량이 줄면서 쌀 가격이 오르는 게 정상이지만, 올해는 재고 물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1999년 쌀 한가마니 수매 가격은 19만500원으로 25년 전보다 쌀값이 더 낮은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수확기 산지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햅쌀 20만 톤을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한다고 발표했다. 남는 쌀을 넉넉히 사들여 쌀값 하락을 막겠다는 취지다. 공공비축미 36만 톤도 매입키로 했다. 시장격리용 쌀과 공공비축미를 합하면 총 56만 톤 규모로,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의 15%에 해당한다.
정부는 산지 쌀값 하락이 공급 과잉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낮은 숫자를 기록했다. 30년 전인 1993년 110.2㎏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아침밥을 거르거나 밥 대신 빵이나 면, 육류 등으로 식생활이 바뀌면서 쌀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근거로 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쌀값은 회복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농민들로부터 쌀을 사들이는 산지 농협들도 적자를 감수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쌀 소비 감소와 쌀 과잉생산이 쌀값 폭락 원인이라고 하지만, 근본적 원인이 수입쌀이라는 것을 모르는 농민은 없다. 매년 낮은 관세로 수입되는 40만8700톤의 쌀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수입쌀에 대한 정부 대책은 이번에도 없었다. 오히려 벼 재배면적 8만㏊를 감축하겠다며 수입쌀은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쌀값 20만 원 보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거부권 1호로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했던 약속이었다. 올해는 목표가격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그 사이 물가가 오르면서 수년간 1000원대를 유지했던 공깃밥 가격은 최근 2000원까지 인상됐다. 하지만 밥 한 공기 정량인 90g으로 환산하면 농민이 받는 금액은 200원에 불과하다.
쌀 한 톨을 생산하기 위해 농부가 일곱 근의 땀을 흘려야 한다는 ‘일미칠근(一米七斤)’이라는 사자성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래서 쌀은 국내 식량안보의 근간이라고 한다. 쌀은 농가 소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물이며 시대와 가치관이 변하더라도 쌀이 우리나라의 주식인 것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기반을 지킬 수 있도록 공정가격 ‘밥 한 공기 쌀값 300원’을 목표가격으로 제시하고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을 통해 비정상적 쌀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 지방정부에서도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 제·개정 등을 통해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복잡한 정책 문제는 여기서 줄인다. 다만 농업인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쌀 한 톨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오늘도 이렇게 인사를 건네 보자
“우리 쌀 아침밥 맛있게 드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