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실장이 떠나야 할 때가 됐다
 
정인봉 본지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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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은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께서 미국의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였을 것이다.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보았다.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고 미국에서는 한미FTA을 통과시키고, 그리고 나서 우리의 대통령이 미국의 상원과 하원 연석회의에서 당당하게 연설을 하였다. 참으로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불경스러운 이야기지만 대견스러웠다. 비록 여러 면에서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기는 하지만, 그대로 미국에서 당당하게 활동하는 그 모습은 국민들이 보기에 좋았다. 어쩌면 경제, 경제 하면서 뽑아 주었던 대통령이 경제보다는 외교와 국방 분야에서 더 점수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는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하였다. 내가 이처럼 ‘올라야 하였다’ 라는 말을 쓰는 것은 정말이지 그는 귀국 비행기에 오르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미국에서 브라질이나 유럽으로 날아가 다시 외교활동을 하든가 아니면 중동의 어떤 나라를 다시 방문해서 공사라도 한 건 땄으면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귀국하자마자 다시 골치 아픈 문제와 씨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내곡동의 부동산 문제이다. 그 문제가 국민들 사이에서 문제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대통령이 안 것은 아마도 미국방문 때였을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은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특히 나경원 후보가 어렵게 어렵게 추격하고 있고, 박근혜 전 대표까지 안간 힘을 쓰고 있는데 오자마자 그 문제로 눈살을 찌푸리고 달라붙어야 하니, 생각한 해도 골이 깨질 지경일 것이다. 정말이지 한국은 정치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도대체 그처럼 화려하게 미국을 휘젓고 다니던 내가 한국에 오기만 하면 이처럼 물고 뜯는 사람들뿐이니, 짜증도 날 법하다.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도 정말 해먹기 힘들다고 했겠는가?

그러나 어차피 일은 벌어졌다. 이제 그걸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야당에서는 이걸 가지고 국정조사를 하자고 버터고 있다. 그리고 하루 빨리 한미FTA 관련 비준도 해야 하고, 그 후속법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시기에 대통령 퇴임 후의 집과 토지 문제로 말썽이 나고 있으니 정말이지 화려한 결혼식장에 입장하는데 옷이 쭉 찢어진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대통령제 하에서 그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하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그 정도의 문제로 대통령이 책임진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비서실장의 용퇴가 아닐까? 내가 생각하기에 비서실장 입장으로는 다소 억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비서라는 것은 모시는 주인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목숨을 바치기도 한다. 비서나 비서실장은 주인이 어렵고 힘들 때 몸을 던져서 주인을 구해내야 하는 것이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레임덕 시기에 왔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의 임기는 1년 하고도 반이나 남았다. 그 남은 임기가 우리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임기 3개월을 앞두고 IMF 사태가 왔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이 보다 편하게 일하는 것은 단순히 집권여당이나 청와대 직원을 위한 것뿐만이 아니다. 그가 잘나서 그런 것도, 그가 예뻐서도 아니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에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통째로 흔들리기 때문에 비서들은 대통령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임태희 실장이 의연하게 나서야 한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하면서 그가 비서실장 직을 던져야 한다. 사실 그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대통령이 그런 아이디어를 냈더라도 그걸 막았어야 할 사람은 바로 비서실장이다. 국민 감정이나 정서, 그리고 예상되는 국민들의 반응을 살펴서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결사적으로 막았어야 하는 것이 바로 비서실장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런 일에 대통령이 발목 잡혀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면 이것보다 더 큰 책임이 어디에 있겠는가?

만약에 대통령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러한 아이디어를 내서 집행하였다면 참으로 용서받지 못할 잘못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을 돕지는 못할망정 해치는 행동이니 이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그런 일을 하였다면 이는 신하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아첨을 일삼아 간신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자들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 일을 대통령이 지시하였든, 아니면 비서실장 스스로 나서서 하였든 비서실장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리고 그는 정치를 해 보았던 사람이 아닌가? 이제 내가 몸을 던져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는 그 즉시 그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모든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합니다”라고 하면서. 아마도 내곡동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 하나일 것이다.

어떤 시인도 노래하지 않았는가? 떠나야 할 때가 언젠가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고.

임태희 실장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고 싶다.



정인봉 본지 칼럼위원

 
 
 
 
 <필자 소개>
 정인봉

 <학력>
 -경기고등학교 졸
 -서울대 법과대학 졸

 <이력>
 -제17회 사법고시 합격 (1975년)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 역임
 -현 변호사 활동 중
 -법률 무료상담소 운영 (1990년∼현재)
 -중학교 무상의무교육 최초 헌법소원 제출, 서명운동 주도 (1999년)
 -한나라당 제 16대 종로구 국회의원 당선 (2000년)
 -방송통신대학교 영문, 중문, 불문학과 졸업 (1997~현재 국문학과 재학)
 -중학교 무상의무교육 관철 (2003년)
 -한나라당 인권위원장 (2005~2006년)
 -신문악법 소송 승소 (2006년)
 -박근혜 전 대표 법률특보 (대통령 경선 2007년)

 <저서>
 ▲그래도 골목에는 꿈이 있다 ▲처리더쉽 (번역) ▲특허법개론 ▲세월을 담는 그릇


기사입력: 2011/10/17 [15:31]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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