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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읍·면 청사 건립, ‘혈세 낭비’ 질타 이유는
시정철학에 위배되는 ‘不通’이 가장 큰 원인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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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산시가 읍·면 청사 건립과 관련 ‘혈세 낭비’ 지적을 받으며 논란을 빚고 있다.

여러 언론으로부터 재정자립도가 46.7%로, 전국평균 52% 보다도 밑도는, 그리고 부족한 재원으로 각종 사업을 재검토해 축소, 또는 포기 결정을 내리는 현 아산시의 재정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500억 원대의 감당하기 힘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무리한 사업추진 결정을 내렸다는 질타를 받았다.

특히 복기왕 시장이 취임 당시부터 “민선4기 각종 사업에 무리한 투자로 재정이 바닥나다시피 했다. 다수 사업이 공사비 지급조차 장담할 수 없는 사태가 빚어졌다”며, 성남시의 ‘모라토리움’ 선언을 입버릇처럼 사례로 들며 “아산시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고 표명해온 우려를 뒤로한 결정이라는 지적은 간과하기 어려운 여론이다. 일각에서는 힐책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아산시의 설명처럼 지속적인 인구 유입과 신도시 개발로 미래 수요 대비가 필요한 상황인 것과 청사 역할만이 아닌 주민복지시설이 함께하는 복합시설 건립이라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 및 관계자들은 “조금 있으면 시설이 좁거나 부족해 금방 증축해야 할 텐데, 그럼 그때 또다시 청사를 짓느냐”며 “앞을 내다보고 내린 결정일 수도 있다”고 옹호하기도 한다. 예산 탓만 하면서 시민들의 복지 및 편의 제공을 뒷전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가까운 미래 행정수요 및 복지시설의 태부족이 불 보듯 뻔한 현시점에서 읍·면·동 청사 증축은 불가피한 사업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상황을 보면 선뜻 손대기 힘든 사업, 아산시가 잘못한 사업이 돼 버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찌 보면 아산시의 입장에서는 손톱 밑에 박힌 가시와도 같게 돼 버렸다.

그렇다면 필요성에 대해 적지 않은 주민들의 옹호를 얻고 있는 읍·면·동 청사 증축 사업이 왜 이 같은 소란을 불러일으키고, 논란의 불씨를 키우는 명분을 가질 수 있었을까?

대도시 자치단체장을 역임하는 등 수십년의 행정경험이 있는 전문가 K 씨는 민의 수렴이 허술했던 것을 이유로 들었다.

행정이 아무리 장밋빛 미래를 제시한다 하더라도, 아무리 정당성을 부여한다 하더라도 직접 대상자인 주민 동의와 현실의 공감이 수반돼야 하는데, 이를 부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 K 씨의 견해다.

이는 복기왕 시장이 취임 후 시민이 시장되는 아산시를 주창하며 민선5기 시정철학으로 내세운 시민과의 ‘소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행정은 철저히 시민 편에 서서 이뤄져야 한다. 이는 아산시의 주인이 시민이고, 시행정은 시민들의 안녕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행정은 작은 일이라도 주민들로부터 출발해 기획돼야 하고, 공감대를 이룬 과정에서 진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작은 불만이 불씨가 돼 불신행정에 대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대형화재를 불러오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바닥에는 민의 수렴이 없었다. 그래서 언론의 지적에 이렇다 할 확실한 명분을 내세우지 못했다. 민선5기 아산시의 수장이 ‘민주-민생’을 정책기조로 하는 민주당 소속의 자치단체장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청사 건립, 현명한 결정 내린 강남구청을 본받자

아산시가 이번 읍면동 청사 건립 관련 사태를 계기로 모범을 삼을 곳이 있다. 절대적인 주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민의행정의 수범사례를 제시한 강남구청이 그곳이다.

과거 강남구청도 청사를 신축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구청사를 새로 지으려면 2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했다. 신축할 경우 곱지 않은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그보다 큰 매를 맞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때 강남구청은 어렵지 않게 해결했다. 바로 주민에게 결정을 맡긴 것이다.

강남구청은 주민들에게 “새로 청사를 지으려면 20000억 원이 소요된다. 반면 조달청 보급 창고(현 청사)를 리모델링하면 80억 원이면 된다”며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물었다.

시민의 90%가 돈들이지 않고 80억 원으로 리모델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따랐고, 현재까지 무리없이 사용하며 같은 상황에 있는 타 지자체에 모범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구청장실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장애인 어머니가 찾아왔다. 구청장에게 50만 원을 건네면서 아들 과외공부를 시켜달라고 했다. 이 학생을 포함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10명의 학생을 학원협회에 부탁해 학원등록을 시켰다. 그러나 교실에서의 현실은 잔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학생들은 모두 학원수업을 포기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시작한 것이 ‘강남인터넷수능방송’이다.

200만명의 학생이 강남인터넷수능방송으로 공부 잘하고 있다. 당시에 30억 원을 투자해 만들었지만 지금은 연간 30억 원의 흑자를 보고 있다.

강남구청은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도 주민에게 물었다. “이 사업은 강남구민 만을 위한 사업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교육피해를 줄이는 사업입니다” 라고 호소했다. 결과는 주민 80% 이상의 찬성이었다.

강남구청 공무원 수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정책도 주민투표에 부쳤다. 대찬성이다. 그 결과 1995년 2200명이던 공무원 수가 2006년에는 1200명으로 거의 반으로 줄었다. 공무원 1인당 약 1억 원의 예산이 든다.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절감됐다.

범죄예방을 위해 CCTV를 전국 최초로 강남구에 설치하려 하자 ‘사생활침해’라고 언론의 반대가 엄청났다. 이 역시 주민에게 투표로 정책의 찬반을 물었다. 결과는 85%의 찬성이었다. 그 결과 강력범죄가 반으로 줄었다.

이 모든 결정의 바탕에는 주민들이 있었다.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행정을 운영했던 것이다. 그래서 불평·불만이 없고,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아산시의 이번 사태에 있어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리기는 힘들다. 아산시의 주장도 타당성이 있고, 반대를 하는 시민과 언론의 지적도 명분이 있다. 다만 아산시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재검토를 시사했다는 것은 이를 지적한 쪽이 명분이 더 앞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눈에 띄는 주민의 지지도 없었다.

기사입력: 2011/09/30 [19:37]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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