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과 강호동
<정인봉의 글 침(鍼) 쏘기>
 
정인봉 본지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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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봉 본지 칼럼위원.    ©아산톱뉴스
‘세상에 비교할 사람이 따로 있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과 씨름선수 출신으로 코미디 비슷한 것을 하고 있는 사람을 비교하다니…’ 하면서 혀를 끌끌 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 교육감으로 곽노현 씨를 찍은 사람들은 안타까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박명기 교수가 구속된 이상 곽노현 교육감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이미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도 곽노현 교육감은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나 시민단체와 같은 성향인 경향신문의 사설도 일이 이 지경까지 된 이상 진보진영을 위해서나, 서울시 교육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나 ‘사퇴해야 한다’고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아마도 곽노현 교육감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국립 방송통신대학교의 교수를 지낸 곽 교육감은 사퇴하지 않고 버텼다. 나는 그의 인품이나 살아온 길로 봐서, 그의 법률지식으로 봐서 그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무리들이 그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 어떻게 해서 된 교육감인데 네 마음대로 버리려고 하느냐?’, ‘그동안 교육감 당선을 위해서 애쓴 우리들은 개털이 되란 말이냐? 대중들은 우매하고 잘 속기 쉬우며 쉽게 망각하기 마련이니 네가 버티기만 하면 별 일은 없을 것 아니냐?’, 그리고 ‘네가 누군데 구속까지야 가겠느냐?’, ‘구속되지만 않으면 그 교육감 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고 싶은 일은 1년 정도는 할 수 있으니 그거 걱정하지 말고 뻣뻣하게 나가야 한다. 한명숙 총리 못 봤냐? 그녀는 어쨌든 무죄 받으니까 다음 시장후보로 거론이라도 되지 않느냐? 35억이나 되는 보전금액을 국가에 반납하는 것은 큰일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돈이 없으면 그만이고, 아무리 털어도 당신 부인 재산은 건드리지 못하지 않느냐? 그러면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이렇게 하면서 곽 교육감을 몰아세웠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였을까? 곽 교육감은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퇴하지 않고 버텼다.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그 부인이 조사받으러 가는 날, 듣기에도 생소한 반일(半日) 월차휴가를 내고 교육청에 나가지 않은 것 말고는 뻣뻣하게 날을 세웠다. ‘그래 내가 누구냐? 나를 어떻게 하겠느냐?’ 면서 그는 뜻있는 사람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야! 교육감이 통뼈긴 통뼈인가 보다. 진보세력이라는 게 원래 저렇게 심지가 굳은 사람인가 보다. 혹시라도 구속이 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교육은 저렇게 죄짓고도 뻣뻣한 사람이 이끌어가게 되는 것인가 보다. 검찰이 과연 곽노현을 구속시킬 수 있겠나? 혹시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하면 검찰이 개망신당하고, 곽노현은 한명숙처럼 무죄를 받는 게 아닌가?’ 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시중에 날아다녔다.

텔레비전을 보는 집에서도 친구들끼리 시시덕대는 맥주집과 소주집에서 곽노현 교육감의 이야기가 제일 좋은 안주가 되었을 것이다.

진보세력은 이제 더 이상 곽노현 교육감의 결정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만일 보수 진영의 교육감이 사퇴한 후보에게 2000만 원이라도 줬다고 가정해 보라. 그들이 무어라고 게거품을 물었겠는가? 좌파세력은 이제 곽 교육감을 피곤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저 우리들이 아는 상식에 따라서 행동하게 내버려 둬야 한다.

곽노현이 구속된 날과 거의 같은 날짜였을까? 강호동이 기자회견을 했다.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세금으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에 관련돼 국민들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죄드립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젊어서 씨름을 했습니다. 씨름 선수 시절 국민들의 응원으로 천하장사까지 오를 수 있었고, 연예인이 돼서 분에 넘치는 응원과 관심 속에 이 자리에 왔습니다”라고 국민들에 받은 사랑을 되뇌였다.

이번 세금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세금 관련된 건은 제 불찰이고, 제 잘못입니다. 그로 인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지금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라며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TV를 통해 행복과 웃음을 드려야 하는 것이 제 의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뻔뻔하게 TV에 나와 웃고, 떠들 수 있겠습니까. 제 얼굴을 본들 시청자 여러분들이 어찌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후 “이 자리를 빌어 시청자 여러분께 결심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강호동은 이 사건 이후로 잠정 은퇴를 하겠습니다.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들은 제작진과 상의해 피해가 없는 적절한 시점에 하차토록 하겠습니다"라고 잠정 은퇴라는 엄청난 결심을 알렸다.

그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애써 눈물을 참아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잠정적이지만 많은 사랑을 받아온 그가 은퇴를 결심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일 터. 하지만 기자회견문을 읊어 나가는 그는 여전히 위태로워 보였다.

또 강호동은 “은퇴를 하고 혼자의 시간을 갖는 동안 자숙하고, 그동안 높아진 인기로 자만하진 않았는지 뒤돌아 생각하겠습니다. 한번 이런 물의를 일으켜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라고 마무리 한 뒤 질의 응답은 받지 않은 채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강호동은 시키지 않아도 사퇴했다. 연예계를 잠정 은퇴한다고 선언했다. 탈세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강호동은 이렇게 국민들을 생각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주변의 그 개소리들을 뒤로 하고 명예로운 결정을 해야 한다. 그게 뒤늦게나마 더 이상 조소를 받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강호동의 기자회견을 따르기만 해도 된다. “이번 2억 원과 관련된 사건은 제 불찰이고, 제 잘못입니다. 그로 인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지금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교육감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교육을 통해 희망과 정직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제 의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뻔뻔하게 교육현장에서 자리하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제 얼굴을 본들 학생들과 학부모 여러분들이 어찌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겠습니까" 정도 이야기하고 은퇴하는 것이 그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연휴의 긴 기간 구속돼 혼자서 깊이 생각하면서 현명한 결론을 내 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곽 교육감과 나는 모르는 사이도 아니다.

 
 <필자 소개>
 정인봉

 <학력>
 -경기고등학교 졸
 -서울대 법과대학 졸

 <이력>
 -제17회 사법고시 합격 (1975년)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 역임
 -현 변호사 활동 중
 -법률 무료상담소 운영 (1990년∼현재)
 -중학교 무상의무교육 최초 헌법소원 제출, 서명운동 주도 (1999년)
 -한나라당 제 16대 종로구 국회의원 당선 (2000년)
 -방송통신대학교 영문, 중문, 불문학과 졸업 (1997~현재 국문학과 재학)
 -중학교 무상의무교육 관철 (2003년)
 -한나라당 인권위원장 (2005~2006년)
 -신문악법 소송 승소 (2006년)
 -박근혜 전 대표 법률특보 (대통령 경선 2007년)

 <저서>
 ▲그래도 골목에는 꿈이 있다 ▲처리더쉽 (번역) ▲특허법개론 ▲세월을 담는 그릇


기사입력: 2011/09/13 [01:01]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자당하신말씀 11/09/13 [14:04] 수정 삭제  
  구구절절 옳으신말씀입니다
이놈의 나라는 개인이 선택할 일이 너무나 적은것 같아뇨
나의 일인데도 남의눈치를 봐야하고
우리집안의 일도 남의집에 눈치를 보야한다는건 웃기는 일이 아닐까요..
진정한 교육자라면 남의 이목이 무서워서 저렇게 처신을 하지말고
떳떳이 자기주장을 펼처 더나은 교육환경이 만들어 질수있게 행동하는것도
교육자로서 마땅히 해야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당대신 11/09/13 [18:52] 수정 삭제  
 
칼럼을 잘 읽었습니다.

종북 좌파들은 이 글이 못마땅할지도 모르지요.

진리와 같은 말은 세상이 변해도 살아 남을 것입니다.

미래교육 11/09/15 [21:46] 수정 삭제  
  속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길만이 곽교육감의 명예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지키는 길일 것입니다. 말도 안돼는 궤변으로 더이상 버티지 않기를 바랍니다. 선의라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고, 삼척동자도 비웃을 일일 것입니다.
천상천하 12/01/27 [14:50] 수정 삭제  
  지당한 말이었소 지당대신 진리는 여ㅇ원할거라는 말 .역사를 왜곡시키고 사리사욕에눈이멀어 부정하고 부패한 역사를 만들어온 친일파 일본의 앞잡이들이 꼭 들어야 할말같아요 개인의 역사도 나라의 역사만큼 소중하지요 최소한 친일파들처럼 비겁하고 야비하게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위해 곽노현씨는 살지 않았던것 같소 진실을위해 당신이 말하는 진리를 위해 명백하게 진실이 밝혀지리라 생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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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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