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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찰 업체에서 걸러낸 폐도폭선. © 아산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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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철도망 확충을 위한 핵심 사업인 ‘평택~오송 고속철도 2복선화 사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실상 건설폐기물이 ‘자원’으로 둔갑해 매각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 숏크리트와 강섬유가 범벅인 ‘폐기물 암석’이 발견된 것.
사업시행자와 시공사 측은 건설폐기물이 다량 섞인 암석을 ‘순수 암석’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낙찰사에 조속한 반출을 독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업은 기존 왕복 2선(단선 2개) 구간을 왕복 4선(복선 2개)으로 확장하는 국가 기간 교통망 확충 사업이다. 시행자는 국가철도공단, 시공사는 동부건설이다.
시공사는 공단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2024년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를 통해 공구별로 발파암 낙찰사를 선정했다.
문제는 암석에 다량의 이물질이 혼합된 채 낙찰사에 반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 지침상 이물질이 섞인 암석은 반드시 별도의 분리·선별 공정을 거쳐 건설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환경부는 ‘공법상 특수성으로 인한 혼입이라도 분리 선별되지 않은 이물질 포함 암석은 건설폐기물’이라는 일관된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다. 건설폐기물 처리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에서도 ‘터널 굴착을 위한 발파과정에서 발생한 자연상태의 토석에 숏크리트, 폐전선, 오니 등이 혼합돼 분리될 수 없는 경우 건설폐기물로 분류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의 모습은 심각했다. 충남 아산 지역 적치장에 반출된 4공구 발생암은 자연 상태의 암석이 아닌 숏크리트(압축공기로 시공면에 뿜는 콘크리트) 잔재물과 시멘트 오니(오염물질을 포함한 진흙), 합성섬유, 심지어 폭파 후 남은 폐도폭선까지 육안으로도 쉽게 발견될 만큼 섞여 있었다.
특히 자석 탐침 검사에서는 숏크리트 보강재인 강섬유가 암석 표면과 섞인 토사에서 줄줄이 달라붙어 나오기도 했다. 4공구 계약물량은 2028년 6월까지 총 115만여㎥에 달한다.
현행 법령상 숏크리트 반발재나 보강재가 섞인 암석은 ‘건설폐기물’로 분류돼 시공사가 처리 비용을 부담해 폐기물 처리 업체로 보내야 한다. 이를 ‘매각용 암석’으로 둔갑시킬 경우, 시공사와 발주처는 막대한 처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매각 수익까지 챙길 수 있게 된다.
반면 이를 낙찰받은 업체는 폐기물이 섞인 암석을 성토재 등으로 유통했다가 ‘폐기물관리법 위반’이라는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낙찰사 측은 현장 확인 후 이물질 혼입 문제를 제기하며 반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단과 동부건설 측은 낙찰사에 암석 반출을 독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 특성상 이물질의 완전 제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낙찰사가 계약대로 암석을 신속히 가져갈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 낙찰사 관계자는 “육안으로도 폐도폭선과 강섬유가 보이는 암석을 그대로 외부로 반출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폐기물 유통”이라며 “국가기관과 대형 건설사가 환경 범죄의 책임을 영세 낙찰사에 떠넘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공단 요청에 따라 질의서를 보냈지만 현재까지 답변은 받지 못했다. 유선으로도 재차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동부건설은 공단을 통해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