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의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 보고회’. © 아산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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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불통행정’, ‘독선행정’ 지적을 받고 있는 충남 아산시가 이를 자인하는 듯한 결정으로 눈총을 사고 있다.
민선 8기 3년차를 맞은 아산시가 공개로 진행해오던 새해 업무보고(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 보고회)를 올해부터 느닷없이 비공개로 전환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
한 해 계획을 공개하는 추세에 역행하는 처사인 데다, 박경귀 시장 공약으로 구성된 시민참여기구 ‘참여자치위원회’ 위원이 참여하는 등 사실상 민간에 개방한 회의임에도 취재는 거부해 ‘밀실행정·선택적 소통’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시는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 시청 상황실에서 올해 주요업무 및 공약이행계획 보고회를 열었다. 박 시장 주재로 부시장과 전 부서는 물론, 시설관리공단 등 출자·출연기관과 정책특별보좌관, 참여자치위 분과별 임원들이 참석했다.
취재 거부는 첫날 회의 도중 이뤄졌다. 박 시장 인사말이 끝나고 부서별 보고가 진행되던 중 시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 ‘비공개 회의’라는 이유로 퇴장을 요구했다. 지난해까지 공개해온 회의였고, 당일까지 ‘비공개 회의’라는 사전 고지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김만섭 기획예산과장은 비공개 방침에 대해 “보고회에 제시되는 계획이 최종 확정되지 않아 정책이 모두 완성된 후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시장님 말씀이 있었다. 이에 내부 검토를 거쳐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개인정보나 개발 관련 등 민감한 정보에 한해 부분 비공개하거나, 비보도를 요청하는 경우와는 달리, 사전 고지 없이 현장에서 비공개 결정을 알리는 경우는 지극히 이례적이다. 이로 인해 기초계획을 토대로 한 해 시정 운영방향을 논의하는 업무보고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식을 접한 아산시의회 여야 의원은 물론, 시민들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명노봉 아산시의회 의원은 “새해 업무보고에 기자들 방청을 제한하는 것은 언론인의 기본적 취재활동을 제한하고, 비판적 논조 기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폐쇄적 시정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시장과 같은 당 전남수 의원(국민의힘)도 “시민들이 행정을 더 알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이라며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수용하고, 좋은 정책은 홍보해야 하는데 무엇 때문에 비공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박민우 아산시민연대 대표 역시 “공식적인 자리인 만큼 사전에 민감한 정보가 있다면 정리를 한 후 평가를 받아야 한다. 비판받을 게 있다면 검토한 후 계획을 다시 세워야하는 게 순서 아닌가 싶다”며 “비공개라면서 보도자료는 왜 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소통의 문제를 떠나 시정 책임감과 투명성이 결여돼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문제의 ‘새해 업무보고’는 한 해 정책 방향을 정하고 계획과 목표를 수립하는 것으로, 일종의 정책 수립 과정이다.
업무 공정성 등을 이유로 수년 전까지 비공개로 진행해 왔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 같은 이유로 여러 지자체에선 비공개 관행을 깨고 정책 실효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전면 공개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민선 8기 충남도는 새해 업무보고는 물론, 모두발언만 공개했던 실국원장회의도 전면 공개로 전환해 도정 비전을 언론과 공유하고 있다.
서울시와 전남도는 2020년과 2021년 새해 업무보고를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타 기초지자체에서도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취재를 허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