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통사고로 죽어도 괜찮은 목숨은 없다”
 
구철호(아산경찰서 공무원직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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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피디가 묻는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몇 명이나 사망하는지 아시나요?”

 

배우가 답한다.

글쎄요, 8900

 

피디 놀라지 마세요. 작년에만 3,081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어요

 

배우가 놀라고, 피디가 다시 묻는다.

그럼 몇 명 정도 사망하면 괜찮을 것 같으세요

 

배우가 답한다.

작을수록 좋겠죠, 50명 정도

 

카메라가 스텝진을 비춘다.

 

피디 저기 계신 분들이 50명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 맨 앞에 서 있는 아이와 엄마를 보며 배우가 놀란다.

, 지욱이 엄마

 

얼마 전 경찰청에서 제작한 공익광고다.

 

지난 1223일 아산경찰서에서는 아산 관내 버스, 택시 등 운수업체 대표들, 그리고 아산시, 도로관리청 관계자 등이 함께하는 교통사고 예방 간담회가 있었다.

 

과속카메라가 너무 많다. 4차선도로를 50킬로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몇몇 불만이 있었다.

 

20여 년 전 아산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에서 몇 년간 근무했다. 180, 175, 190, 내가 기억하는 그즈음 아산 관내에서 매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희생자들의 숫자다.

 

어린아이, 학생 등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죽음들, 처참히 부서진 육신에서 서서히 사그라지는 숨결, 그 숨결의 주인과 아무 인연도 없는 내가그 마지막을 지키기도 했다.

 

이승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고인의 운명을 전하는 일은 오로지 사건 담당인 나의 몫이었고 그 분들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려는 노력은 매번 실패했다.

 

그 충격이 때로 사고 조사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하였지만 어떠한 설명도그 분노를 줄이지 못했다.

 

그렇게 이틀에 한 번꼴로 애꿎은 목숨들이 차디찬 길바닥에서 이승을 떠났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1996년도부터 2000년까지 5년 동안 교통사고사망자는 총 52,902명이다. 년 평균 10,580, 하루로 계산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매일 29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충청남도 역시 5,023, 매일 2.8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는 3년 째 코로나19’라는 역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 엄청난 재앙으로 2020년 한국에서만 950분이 사망했다.

 

숫자로 비교할 바는 못되겠지만 코로나19’의 희생자보다 매년 10배가 넘게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우리는 당연한 듯 거쳐왔던 것이다.

 

그 당시 교통사고 사망자 반으로 줄입시다란 국가 시책이 있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는 15,607, 년 평균 3,121, 하루 8.6명이다. 20년 만에 절반이 아닌 3분의 1이하로 사망자가 줄었다.

 

이는 교통안전시설 투자는 물론 운전자들의 안전운전 의식 향상이 가장 큰 요인임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

 

그러나 2020년에도 3,081분이 돌아가셨다. 3분의 1로 줄었으니 충분하다고 그 누구도 자신하지 못한다.

 

과속 카메라 천지, 물류 지연에 따른 경제 하락등 일부 불만에도 불구하고 그날 간담회에 모인 대부분의 교통 관계자들도 더 이상 교통사고로 사람의 목숨이 좌우되어서는 않된다는 대 원칙에 합의하고 서로 협조하기로 결의하였다.

 

2020년 아산 관내에서는 27분이 교통사고 돌아가셨다. 180, 190이란 숫자를 거쳐냈던 내게는 꿈만 같은 숫자다.

 

그러나 우리는 안심할 수 없다.

 

경찰청 홍보영상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마주한 정준호 배우의 그 황망한 눈동자가 바로 진실이다.

 

190명이든 27명이든 그 중 나와 나의 가족이 있다면 단 하나의 숫자라도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이다.

 

교통사고로 죽어도 괜찮은 목숨은 없다. 사람의 목숨은 되돌릴 수 없다.

 

아무리 작은 숫자라도 교통사망사고가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 국민 그 어느 누구도 도로에서 안전할 수 없다.

 

 

 


구철호 아산경찰서 공무원직장협의회장

 

 


기사입력: 2022/01/18 [15:14]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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