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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이는 그냥 죽지 않았습니다!"
단식 중인 유민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이찬석 본지 칼럼위원
천년 수심의 물갈퀴가 유민이의 시신에 상처를 주었지요.
그러나 유민이는 그냥 죽지 않았습니다.
유민이는 천리길 창공 어디든지 도달할 우렁찬 함성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열어 주세요.
우리 모두가 사는 역사의 마당에 질기고 야무진 함성을 뿌려대며 선명한 각성의 비석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유민이는, 유민이는 절대 배가 사고 나서 죽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던져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물길 사나운 침묵의 성에 갇혀 생이라는 시간의 마침표 앞에서 도도히 사라졌습니다.
유민이는 지금도 세찬 물길의 밭에서 함성을 치고 있고, 세월호가 세월에 묻히는 시간까지 멈추지 않고 함성을 지를 것입니다.
역사의 빗장은 유민이의 함성을 가두지 못할 것입니다. 그 함성의 소리에 대한민국이 슬퍼하고 깨어나고 참회하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유민이와 세월호 피해자 및 유가족 분들의 슬픔과 함께 했다는 사실은 안전 불감증에 걸린 전 국민이 참회를 했다는 사실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안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뉴스를 멀리하며 지내는 저 자신도 느꼈으니까요.
저는 자식을 잃은 당신의 아픔과 슬픔 너머에 드리워진 무거운 역사적인 책무를 이해합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요. 누군가는 죽음을 무릎 쓰고서라도 윤리와 도덕과 생명존중 사상이 해체된 대한민국을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세월호의 모든 희생자가 고귀한 생명을 바쳐서 그 일을 해내었습니다.
유훈은 살아서 대한민국을 울게 했고 지금도 울게 하고 있습니다.
유민이와 그 외 많은 꽃다운 희생자는 유민이 아버지의 희생까지 바라지는 않습니다.
죽음의 길을 부녀가 함께 동행하며 어리숙한 역사를 깨우치려 한다면 그것은 또다시 역사에 상처를 남기는 길이 됩니다.
온 국민의 지금 우민이 아버지의 단식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이제 슬픔의 불을 끄고 국민들도 쉬어야 합니다.
아버지 본인도 쉬어야 합니다. 개인의 의지와 신념도 중요하지만 하루 빨리 국민들을 슬픔 속에서 건저 내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단식을 그만 두시기를 간구합니다.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신은 죽음을 향한 질주를 멈추어야 합니다. 살아서, 깨우쳐서, 일어나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세월호 희생자 영령들의 바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문제의 책임은 모든 국민에게 있습니다.
피해 부모들도 가족들도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만약 당당하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역사와 영령들에게 바치는 위선이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세월호의 가해자입니다. 저도 그러하고 유민이 아버님도 그러합니다.
정국은 또다시 어수선해지고 있습니다. 더 많은 문제들이 우리들을 괴롭히고 초초하게 하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사후 대책을 논의해야 할 시기에 협의보다는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제 제발 그만하십시오.
불의는 밝혀서 다스리면 됩니다. 그러나 그 불의를 다스리기 위해 죽음을 걸어간다면 그 또한 소중한 생명을 경시하는 행동이니 불의와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에게는 웃음이 필요합니다. 이 일, 저 일로 상처를 많이 받았으니 이제는 웃어야지요. 당신은 지금 슬픔을 더 슬프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 당신이 훌훌 털고 일어난다면 대한민국은 웃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단식하느라 건강도 챙기지 못한 사람을 어떻게 대통령이 만나 줄 수 있겠어요. 정부에 들어 가다가 당신이 쓰러지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겠어요.
말쑥하게 차려입고 때를 건강도 회복해보세요.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길이 대통령을 빨리 만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유민 아버지, 조용한 역사의 합의점을 찾아 우리 모두 냉정해지기로 해요.
잃어버린 부정의 아픔을 멀리서나마 함께 하겠습니다.
<추신>
박근혜 대통령님 유민이 아버지 만나보세요. 자식 잃은 아버지의 마음 정말 큰 슬픔입니다.
다른 것을 떠나서 희생 자 가족들을 초청하여 달래고 어루만져주세요. 우선 먼저 따스하게 않아 주세요.
힘을 합해서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협력하기로 해요. 그분들의 슬픔이 대통령의 슬픔이라고 함께 눈물 흘리고 위로해 주세요.
그들을 그 어떤 국빈 보다 더 지극하게 받아들여 주세요. 어려운 일은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모든 어려움의 근본이 됩니다.
이찬석(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4/08/20 [20:55]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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