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배방, 영인·인주 이어 탕정·음봉, 신창·도고선장 확대 예정
-경찰 홍보 부족으로 주민들 반발 조짐… 지구대 승격 요청도
-경찰 “파출소 폐지 아냐… 순찰 활동 강화 기대”
▲ 주민탄원서 © 별하신도시 하늘채 입주자 공식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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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지역 파출소를 통합 운영하는 ‘중심지역관서제’ 확대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심지역관서제는 지구대·파출소 등 지역관서 두세 곳을 묶어 치안 수요가 많은 한 곳을 ‘중심관서’로 지정해 인력과 장비를 집중 배치하는 제도다. 나머지는 관서장 1명 또는 소수 인원이 평일 주간에만 근무하는 ‘공동체관서’로 운영된다.
아산에서는 파출소 9곳 중 8곳이 중심지역관서제로 묶인다. 지난 6월부터 ▲영인(중심)·인주(공동체) ▲장재(중심)·배방(공동체) 파출소가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이달 중 ▲탕정(중심)·음봉(공동체) ▲신창(중심)·도고선장(공동체) 파출소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소통 부재다. 경찰이 중심지역관서제 홍보에 소극적이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선 ‘파출소 폐지’ 내지는 ‘통폐합’으로 인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면적이 넓은 농어촌 지역의 인력이 줄어들면 치안 공백이 우려되고, 중심관서와 거리가 먼 지역은 출동동선이 길어져 현장대응력이 약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해당 지역 주민은 물론, 대부분의 이통장들도 중심지역관서제 시행 소식을 알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인지한 일부 주민은 경찰의 ‘비밀주의’ 행태를 꼬집었다.
박노식 전 아산시자율방범연합대장은 “제도 시행으로 장점이 많다면 시민들과 유관기관에 알려야하지 않냐”며 “과거 지구대와 파출소를 통폐합하려다 무산됐던 만큼 이번에도 반대를 우려해 몰래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봉면 이장 A 씨도 “저는 물론, 주민과 시의원들도 모르고 있다”며 “음봉면 인구 90% 이상이 동암·덕지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데, 삼거리에 위치한 음봉파출소에서 출동해도 제시간에 오는 경우를 못 봤다. 탕정과 합쳐진다면 인구가 더 적은 음봉지역 치안이 소홀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범 운영 중인 배방 지역에선 오히려 지구대 승격을 요구하고 있다. 지구대 승격 요건은 ▲인구 5만 이상 ▲행정동 3곳 이상 ▲연 신고건수 1만 건 이상이다. 배방읍의 경우 행정동과 신고 건수는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나 배방읍 인구가 10만을 바라보는 만큼 인구에 맞게 경찰력도 뒤따라가야 한다는 게 배방읍 이장단협의회 측 주장이다. 게다가 경력과 신고출동 건수가 배방파출소 대비 3분의 2 정도인 장재파출소가 오히려 중심관서로 지정되면서 불만 여론이 팽배하다.
배방읍 이장 B 씨는 “인구수를 감안하면 배방파출소에 인력을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무엇보다 2개 파출소를 모두 지구대로 승격해야 할 상황”이라며 “경찰서를 갈 일이 얼마나 있겠냐만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파출소 문이 잠겨있다면 말이 되겠냐”고 비판했다.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지역관서장을 대상으로 홍보를 더 해달라고 설명했는데, 제대로 전파되지 않은 것 같다. 파출소 문을 닫는 게 아니다”라며 “야간 시간대 신고는 중심관서에서 받지만 공동체관서에도 순찰차 1대를 배치하고 있다. 기존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근무체계가 바뀌면 경찰의 근무여건이 개선되고 사건 발생 시 관할 구분이 없어져 순찰 활동도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곳곳에서는 중심지역관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시의회와 경기 양평군의회는 각각 지난 7월과 9월 이 제도의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지난달 전남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도 제79주년 경찰의 날인 지난달 21일 서울 서대문구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중심지역관서제 개편에 대해 “치안상 관할 면적이 넓어져 출동 시간 지연이 불가피하고 굳건하게 유지됐던 민관의 치안공동체 고리의 해체로 도시의 소외된 지역과 농어촌 지역은 치안력 부재가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욱 국회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지구대·파출소 2044곳 중 649곳이 중심지역관서제로 운영 중이다. 중심관서는 296곳, 공동체관서는 353곳이다. 경북이 136곳(중심 57·공동체 79)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중심 41·공동체 49)과 경남(중심 31·공동체 32) 순이었다.